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가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공세적인 정치 의제로 여겨졌던 일자리 법안은 소속 민주당마저 반대하면서 허공에 떠버렸다. 4,470억달러 짜리 일자리 법안에 대한 여론의 잣대였던 뉴욕주 보궐 선거에선 민주당의 88년 아성이 무너지며 공화당에 참패했다. 백악관이 파산한 태양광 업체 솔린드라에 대해 정부기관의 채무보증을 압박한 정황까지 폭로돼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사면초가인 상황이다.
해리 리드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일자리 법안의 의회 처리를 잠정 연기했다. 그는 법안 상정을 약속하면서 시기를 공개하지 않는 방식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즉시 처리 요구를 거절했다. 공화당은 물론 여론도 부정적인 마당에, 민주당 내부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도 추락, 지역구 파장, 당의 무능력 등 다양한 이유로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심상치 않은 민심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일자리 법안의 실효성을 믿지 않거나, 고용개선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절반 이상이었다.
실망감은 13일 보궐 선거에서 민심이반으로 이어졌다. 민주당 텃밭인 뉴욕주에서 치러진 하원 보궐선거에서 공화당에 패해 오바마 대통령은 또 다른 정치적 타격을 입혔다. 1923년부터 줄곧 민주당을 지지하던 브루클린과 퀸즈의 유권자들이 대통령 실정에 경고를 보냈다는 지적이다. 뉴욕의 브루클린이 유대인 집단거주지인 점을 감안할 때, 미 대선 향배에 결정적 열쇠를 쥐고 있는 유대인들이 오바마 대통령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백악관이 지원한 솔린드라는 결국 부도 처리돼 정부가 채무보증 한 5억3,500만달러는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남았다. 보증 과정에 조 바이든 부통령 측이 나서 해당 정부기구에 압력을 넣은 것으로 드러나 파장은 확대 일로다. 청정기업, 일자리 창출의 대표기업이던 솔린드라는 거꾸로 정부의 무능과 비리의 상징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일자리 법안 투어에 나선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도 강경한 수사를 계속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를 방문한 자리에선 “국가를 당보다 앞세우는 지도자들이 필요하다”며 공화당을 겨냥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1조2,000억달러 예산감축을 논의할 초당적 슈퍼위원회의에서 일자리 법안의 재원조달 문제는 아예 논의하지 않기로 하는 등 철저한 무시전략으로 나오고 있다. 로이터 조사에서 지지도가 47%로 2% 포인트 늘어난 것이 오바마 대통령의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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