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자벨라가 나이 들고 병든 캐릭터인 건 알았지만 그래도 너무 병들었더라고. 그나마 첫 장면에 다른 고양이들과 다 함께 춤추는 장면이라도 있어 어찌나 다행인지.(웃음)"
뮤지컬과 MBC '나는 가수다(나가수)' 출연에 전국 콘서트까지. 인터뷰 날짜를 몇 차례나 재조정해야 할 만큼 빡빡한 일정인데도 50대의 디바는 힘이 넘쳤다. 17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캣츠'의 드레스 리허설이 열린 15일 간신히 짬을 낸 가수 인순이(54)가 인터뷰 중 가장 많이 입에 올린 단어는 '도전'이었다.
과거를 추억하는 노래 '메모리'로 유명한 늙은 고양이 캐릭터 그리자벨라를 홍지민, 박해미와 번갈아 맡는 그는 "뮤지컬은 또 다른 면에 대한 도전이라서 참 좋지만 내 에너지를 숨기느라 죽을 맛"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진성으로 내지르는 내 노래를 좋아해 극장을 찾은 관객은 아쉬워할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그리자벨라의 '메모리'는 회한의 노래이다 보니 팝적인 평소 제 보컬 스타일과 많이 달라요."
"언제까지나 화려한 여가수이고 싶은" 그에게 도전은 일상이다. "나는 잊혀지는 게 싫어. 팬들이 자꾸 나를 보게 하려면 '저 이거 갖고 나왔어요' 하고 툭툭 뭐가 나와 줘야 볼 거 아니에요." 그래서 그는 '송 앤 댄스'(1998), '시카고'(2000) 에 이어 '캣츠'로 뮤지컬에 다시 도전하고 '나가수'에 출연한다. "새로운 도전을 통해 나의 꿈을 이루면서 다른 곳을 보던 팬들이 다시 한 번 나를 볼 수 있게끔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나가수' 출연이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결정임을 강조했다. "경력도 그렇고 제가 설마 '후배들과 경쟁해서 1등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거기 나갔겠어요. 경청하는 분위기의 무대를 통해 청중과 교감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어요. 지금은 이미 프로그램을 통해 웃어도 보고, 울어도 봤으니 당장 탈락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도전은 그가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때도 있지만 두세 사람의 인생을 합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극과 극의 인생 경험을 한 것도 감사할 일"이라고 했다. 1978년 나이트클럽에서 눈에 띄어 가수로 발탁된 그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요즘도 1년에 6,7회 가량 나이트클럽에서 공연한다고 했다. "주변에서는 굳이 왜 그 무대에 서느냐고 타박하지만 제대한 군인에게 내무반 냄새의 추억이 있듯 제게는 나이트클럽의 냄새에도 추억이 담겨 있어요. 그리고 철저한 계산이 오가는 나이트클럽에서 나를 찾는 것은 내가 아직 상업적으로 쓸 만하다는 거니까."
가수 데뷔 34년차인 그는 올해로 30주년이 된 뮤지컬 '캣츠'에 출연하면서 "사람이든 콘텐츠든 속이 튼튼해야 오래 살아남는다는 걸 새삼 깨닫고 있다. 가수이자 인격체로서 깊이를 키우기 위해, 끊임없이 발버둥 쳐 수면 위 우아한 자태를 유지하는 백조처럼 산다"고도 했다.
그는 10월에도 '일복'이 터졌다. 9일 뉴욕에서 유엔 가입 20주년 기념 콘서트 무대에 선 뒤 12일에는 멜버른에서 열리는 '나가수' 호주 공연에 참여한다. 직항편이 여의치 않아 뉴욕에서 인천으로, 다시 시드니를 거쳐 멜버른으로 가야 하는 일정이다. "아마 시드니쯤 가면 목소리가 안 나올 테니 '나가수' 호주 경연에서 탈락할지 모른다고 적어줘요. 떨어지면 확 호주에서 쉬다 올 거야. 아니다, '캣츠' 일정이 있구나.(웃음)"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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