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 해양 패권을 둘러싸고 러시아, 일본, 중국이 군사력 증강에 나서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 소련 붕괴 이후 동북아 일대에서 지금처럼 활발하게 군사력을 강화한 사례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러시아는 8일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투폴레트 TU-95 폭격기를 일본 영공 주변에 띄우고 9일에는 해군 함정 24척이 일본 홋카이도와 러시아 사할린 사이 소야(宗谷)해협을 통과하도록 하는 등 도발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였다. 과거에도 러시아 폭격기가 일본 주변을 비행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공해상에서 폭격기 공중급유를 실시하는 등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한 것은 처음이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이번 훈련이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러시아가 최신형 원자력 잠수함 1호인 유리 돌고루키를 연내에 캄차카반도 동부 빌리우친스크기지에 배치키로 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움직임이 군사 병력의 증강으로 이어져 오호츠크해 주변 러시아의 전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형 원자력 잠수함에 탑재되는 미사일은 사거리가 미국을 사정권에 포함하는 8,000㎞여서, 미국을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러시아의 진출이 미국과 일본보다는 최근 경제성장에 힘입어 군사력 증강에 나서는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21년 동안 국방예산을 매년 두자릿수로 늘리면서 군비증강에 박차를 가해왔다.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을 연결하는 제1열도선을 중국의 해역으로 확보하고 나아가 오가사와라 제도, 괌, 인도네시아를 잇는 제2열도선을 장악해 미국에 의한 태평양 지배를 저지하겠다는 것이 중국의 궁극적인 목표다. 이를 위해 중국은 첫 항공모함인 바랴그호를 관할하는 제4함대 창설을 추진하고 인근에 핵잠수함 기지를 건설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효도 신지(兵頭愼治) 일본 방위연구소(NIDS) 미주러시아연구실장은 "러시아는 중국의 해양 진출이 장기적으로는 오호츠크해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규모 해상훈련 등을 통해 오호츠크해가 자신의 영역이라는 메시지를 중국에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위협을 느낀 일본도 대응에 나섰다. 우선 내년부터 헬기 9대를 동시에 탑재할 수 있는 항공모함 건조에 나서고 이른 시일 안에 추가로 항모 한 척을 추가로 건조하기로 했다. 일본은 남으로는 실효지배중인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를 두고 중국과 영토분쟁을 하고 있으며 북으로는 러시아가 지배중인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항모 건조를 통해 주변국과의 영토분쟁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셈이다.
마이니치 신문은 "서구 국가와 안전 보장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러시아가 동북아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향후 동북아의 경쟁이 더욱 격화할 것으로 분석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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