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부장 이태종)는 한겨울에 손님에게 사흘간 술 수십 병을 마시게 한 뒤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주점 운영자 이모(43)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무거운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술에 취한 손님이 옷을 입은 상태에서 소변을 보는 등 신체기능이 정상적이지 못한 징후를 보였고, 피해자가 잠들었던 곳이 난방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볼 때 피해자가 사망할 줄 몰랐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피고인은 손님이 신체상 위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점 내실로 옮기거나 지인에게 연락하는 등 조치를 해야 할 소비자기본법상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유기치사 혐의를 인정했다. 이어 “피고인은 동종 범죄로 인한 집행유예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술에 만취한 틈을 타 피해자 카드로 600만원을 가로챈 점 등 범행수법과 결과를 고려할 때 원심의 선고는 너무 가볍다”고 덧붙였다. 1심 재판부는 이씨에 대해 유기치사와 절도 혐의를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31일 밤 단골손님인 A씨가 술에 취한 채 찾아오자, 술을 계속 권하며 사흘 동안 주점에 계속 머물게 해 양주 5병, 소주 8병, 맥주 30병을 마시도록 했고 만취한 틈을 타 알아낸 카드 비밀번호로 5차례에 걸쳐 A씨 계좌의 돈 600만원을 빼돌렸다. 이 과정에서 밥도 먹지 않은 채 계속 술을 마신 A씨는 만취해 쓰러진 채 경찰에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저체온증 등으로 숨졌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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