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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새벽부처 저녁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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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새벽부처 저녁귀신

입력
2011.09.1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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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가 동향집이다 보니 동쪽으로 머리를 두고 잔다. 불편하지 않느냐고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여름에는 일찍 해가 뜨고 겨울에는 늦게 해가 뜨는 것이 자연의 변화인데 불편할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는 것이 나의 답이다. 일찍 일어나는 것이 젊어서는 '직업병'이었고 나이가 들면서는 오랜 습관이 되었다.

이른 새벽에 덤으로 얻는 영혼이 맑은 시간, 책을 읽거나 이부자리에 누워 헝클어진 생각을 정리하며 보낸다. 한 때 '아침형 인간'이 유행하였다. 분류하자면 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 새벽형 인간에 속한다. 새벽에 부지런하면 하루에 할 일 절반 이상을 해결해버린다. 그때 '새벽부처'란 말을 만들었다.

새벽에 생각하고 내리는 결정은 실패하는 경우가 드물어서 만든 말이다. 그 반대말이 '저녁귀신'이다. 유혹이 많은 시간인 저녁에 내리는 결정은 실패하는 일이 많다는 뜻이다. 요즘 새벽은 5시와 6시 사이에 온다. 그 시간에 눈을 떠있는 일이 즐거움이다. 해가 뜨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그렇다.

그건 또 계절이 가을 속으로 걸어가는 것을 내 몸으로 느끼는 일이다. 내 인생의 중요한 결정은 대부분 새벽에 얻은 '선물'이었다. 사람의 영혼이 가장 고요한 시간, 사람도 부처 같은 생각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는 먹이를 구할 뿐이지만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생각을 얻는 법이니.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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