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와 금융조세조사3부에서 각각 수사를 진행하다 최근 특수1부(부장 이중희)로 통합됐다. 특수2부는 최태원 회장의 선물투자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고, 금조3부는 SK그룹 상무 출신인 김준홍씨가 대표로 있는 베넥스인베스트먼트(이하 베넥스)를 통한 선물투자 손실 보전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었다.
이처럼 두 갈래로 수사가 진행되고 중간에 최재원 부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되다 보니 혼선이 적지 않았지만, 크게 보면 수사의 초점은 SK그룹의 비자금 의혹으로 모아진다.
우선 특수2부는 거액의 손실을 본 선물 투자금 조성 과정에 비자금이 동원된 것은 아닌지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 결과 선물투자의 전모는 대부분 드러났다는 게 사정당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검찰이 최근까지 파악한 최 회장의 선물투자 규모는 5,000억원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알려졌던 1,000억원보다 훨씬 크고 손실액도 3,000억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다만 선물 투자금 조성 과정은 별다른 혐의점이 없는 쪽으로 결론이 모아지고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투자금 5,000억원 가운데 2,000억원은 최 회장의 개인자금이었고, 나머지 3,000억원도 최 회장이 주식을 담보로 미래저축은행, 삼화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도 최 회장이 주변의 눈을 피하기 위해 제2금융권을 위주로 차명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이나, 이를 법적으로 문제삼을 수는 없다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재벌 오너가 왜 대출까지 해서 거액의 선물투자를 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검찰도 최 회장이 선물투자를 맡긴 SK그룹 고문 출신 김원홍씨를 소환해 의문을 풀려고 했지만, 김씨가 수사 초기 홍콩으로 출국해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 주변에선 "최 회장이 증권사 출신의 무속인 김씨에게 투자를 일임했다가 낭패를 봤다"는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금조3부는 SK의 위장계열사로 의심받고 있는 베넥스가 최 회장의 선물투자 손실을 만회하는 통로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 회사 대표인 김준홍씨가 SK 임원 출신이고, 베넥스의 운용자금 7,000억원 중 2,800억원이 SK그룹 17개 계열사의 투자금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글로웍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베넥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당시 김씨의 사금고에서 발견한 175억원 상당의 수표 다발 중 173억원이 최 부회장 소유로 확인된 것도 이런 의심을 키웠다.
최근까지도 검찰은 SK그룹 계열사가 베넥스에 투자한 2,800억원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자금 흐름을 조사해왔다. 베넥스 자금 일부가 투자 손실로 처리된 뒤 그룹 오너 측에 은밀히 전달된 것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위의 두 사안과 달리 최 부회장 비자금 의혹은 울산지검의 뇌물사건 조사 과정에서 우연히 단서가 포착됐다. 브로커의 계좌를 추적하던 중 최 부회장과 연결된 자금이 확인됐고, 대검이 관련 첩보를 이미 SK그룹 사건을 맡고 있던 특수2부에 넘긴 것이다.
이처럼 난마처럼 얽힌 실타래를 푸는 칼자루는 이제 특수1부가 쥐었다. 그동안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사안을 두 수사 부서가 나눠서 하는 바람에 수사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비해 특수1부는 사건을 배당받은 뒤 검사 4명을 투입해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수사팀이 전원 제외된 채로 특수1부로 사건이 재배당되는 바람에 실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검찰이 국내 3위 그룹에 대한 수사에 지나치게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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