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에 가까운데 다양한 감정이 스민 얼굴이다. 아내 없이 병에 시달리는 아이와 노모의 생계를 감당해야 하는 젊은 가장의 피로가 배어난다. 상사의 불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의 고뇌도 담겨 있고, 학대 받는 장애아들에 대한 연민과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분노도 곁들여져 있다. '도가니'의 강인호는 격하게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여러 정서를 전달해야 하는 다차원의 역할. 대중에게 한없이 달콤한 캐릭터로 각인된 공유의 평면적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공유를 만났다. 이 영화를 통해 스타보다 배우의 이미지가 강해진 그는 정신적 키도 한 뼘 이상 성장한 듯 느껴졌다.
'도가니' 속 공유의 연기는 단단하다. 진지하면서 섬세하고, 무력하면서도 단호한 연기를 통해 그는 더 높은 단계로 도약했다는 인상을 남긴다. 누구라도 "변신에 성공했다"며 평가할만하다. 하지만 그는 "누군가 알아주길 기대하거나 (변신을) 의도해서 출연한 작품은 아니다"고 했다. "재고 따져 선택했다기보다 마음이 움직여서 감정적 판단으로 일을 벌였다"고 밝혔다. "그래도 "왜 (기존 이미지가 담긴)드라마를 하지 않느냐는 팬들의 아우성이 많은" 현실을 감안하면 그의 선택은 일종의 모험이라 할 수 있다.
'도가니'의 영화화엔 공유가 기여한 점이 많다. "2009년 5월 병장을 막 달았을 무렵" 그는 동명 원작 소설을 읽었고, "거짓말 같은 실화에 충격을 받아" 휴가를 나오자마자 소속사에 세게 부탁을 했다. "이 소설 영화로 만들어서 꼭 출연하고 싶은데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결국 소속사는 한 임원을 통해 '도가니'의 판권 계약과 영화화를 적극 추진하게 됐다. 공유가 판을 벌인 셈이다.
"그런 경우는 처음이라서 대표님이 상당히 당혹해 하시더군요. 상업성이 떨어지는 내용인데도 '왜?'라고 묻지 않아 고마웠어요. 그래도 흥행에 대한 기대가 없어서 그런지 한숨은 쉬시더군요. "
그는 "하고 싶어 덤빈 영화라 다른 사람의 시선에선 자유로웠다. 그러나 연기까지 자유롭진 못했다"고 했다. "영화를 이끄는 중심 인물인데 나 때문에 몰입 못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치열하게 고민하며 연기했다"는 것. 그는 "나 스스로를 그렇게 괴롭힌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의외로 진지한 모습을 보며 그가 좋아하는 영화들이 궁금했다. 최근 본 영화를 묻자 캐나다 영화 '그을린 사랑'과 일본영화 '양과자점 코안도르', 국내 독립영화 '혜화, 동', '파수꾼' 등 작은 영화들 이름이 줄을 이었다. "그런 영역의 영화들에서도 연기 경험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전엔 스스로 겁을 먹거나 주변의 만류로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덜한 것 같다"고 했다.
"마음 가는 대로 흘러가야 배우로서도 행복할 듯해요. 배우는 서비스업이 아니잖아요. 관객들 요구만 따라가면 안 되고 관객을 이끌어야죠. (작은 영화에 대한) 관심은 20대부터 있었는데 절 안 부르시더군요. 예전엔 본의 아니게 (상업성을) 좀 따졌지만 이젠 좋은 영화에 좋은 보탬이 될 수 있나를 먼저 생각하게 돼요."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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