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우익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14일 제2의 개성공단 검토 등 유연성 있는 대북정책을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태 등에 대한 북한의 선(先)사과 후(後)대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현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수정 논란과 관련해서는 기본 원칙에는 변화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류 후보자는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명분과 실리를 모두 놓칠 수 있으므로 북한의 선결 조치 전에 출구전략 등 현명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한나라당 김호연 의원의 질의를 듣고 "지금은 출구 대책을 논의할 시점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류 후보자는 이어 "경색 국면의 책임이 북한의 핵 실험과 무력 도발에 있는 만큼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강조한 뒤"다만 인도적 지원을 비롯한 여러 부분에서 경색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있는지 정부가 여러 모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에서 대화가 트이고 그 대화 위에서 매듭을 풀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류 후보자는 남북 경제 협력 차원에서 제2, 제3의 개성공단 설립 가능성을 묻는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의 질문에"제1 개성공단 입주가 마감되고 여건이 마련되면 제2 개성공단 문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이산가족 문제는 우선으로 추진할 생각이며, 홍수 피해 분야는 지금도 준비돼 있고 북한과 협의되는 대로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여건이 허락하고 쌍방간 협의가 이뤄지면 추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천안함ㆍ연평도 사태에 대한)사과와 책임 있는 행동이 있어야 추진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이 사전에 이뤄지거나 협상 과정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후보자 자신의 베이징 대북 비밀접촉설에 대해서는"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 박종근 의원이 "북한의 3차 핵실험을 막을 대책이 있는가"라고 묻자 "북한의 (3차) 핵실험 가능성은 열려 있는 부분"이라며 "아직 핵실험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지만 관련 국가와 협조하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답변에 임하는 자세를 적은 쪽지가 한 인터넷 매체의 사진에 포착돼 논란이 됐다. 류 후보자가 갖고 있던 쪽지에는 "적지 않더라도 쓰는 척하세요" "손에 펜을 계속 들고 계세요" "몸을 전체적으로 앞으로 좀 숙이세요""뒤로 젖히지 마세요"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일부 의원들은 이날 류 후보자의 답변 태도 등을 문제 삼기도 했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이'외교관은 자기가 한 일을 자랑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류 후보자는 "자랑할 처지에 있지 않다는 점을 겸양으로 한 말로 제 말투가 투박한데 앞으로 성실하게 얘기하도록 하겠다"고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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