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이 유명 성형외과 원장을 통해 100억원대 돈세탁을 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이처럼 7월 수사 개시 이후 SK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으나 검찰은 수사 확대에 지나치게 신중한 태도를 보여 '재벌 눈치보기'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14일 사정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한동영)는 최 부회장이 친구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원장 김모씨 계좌로 100억원 가량의 의심스러운 돈 거래를 한 정황을 확보, 김씨를 최근 불러 자금거래 경위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최 부회장이 김씨 계좌를 이용해 돈 세탁한 뒤, 공식적인 자금처리를 할 수 없는 용도에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김씨는 "잘 알고 지내는 최 부회장과 개인적인 금전 거래를 한 것"이라고만 밝힌 뒤 구체적인 자금 성격에 대해서는 진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거물 브로커로 알려진 사업가 이모씨 계좌에 최종적으로 전달된 최 부회장의 돈 7억원(한국일보 7월8일자 1면)도 김씨 계좌를 거쳐 건너간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이씨를 불러 조사했다. 그러나 이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의미있는 성과를 얻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압수수색, 영장청구 등의 강제수사 조치 없이 관련자 해명만 듣고 수사를 본격적으로 확대하지 않고 있다. 수사 초기인 7월 초 최 부회장에 대한 출국금지와 함께 최 부회장 및 지인의 계좌 추적에 나서는 등 수사에 의욕을 보인 것에 비춰보더라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도 글로웍스 주가조작에 가담해 12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혐의로 기소된 김준홍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의 개인 사무실 금고에서 발견된 175억원의 수표다발이 최 부회장에게 유입된 사실을 지난 6월쯤 확인했다.
검찰은 최근에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와 금융조세조사3부로 나뉘어 있던 SK그룹 사건을 통합해 특수1부로 재배당했다. 다만, 최태원 회장의 선물투자 의혹은 특수1부로 넘겼지만 최 부회장과 브로커 이씨 관련 부분은 특수2부에 남겨둔 상태다. 그러나 사건 통합에 대해서도 수사효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과 기존 수사팀이 배제돼 수사의 날이 무뎌질 것이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성형외과 원장과의 돈 거래는 순전히 개인적인 일로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거래내용은 일일이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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