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태국 연안의 바다에서 한 잠수부가 깊은 바닥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침몰한 보물선이라도 뒤지는 것일까.
그게 아니었다. 이 잠수부가 모으는 것은 쓰레기, 그 중에서도 버려진 플라스틱들이었다.
사실 바다엔 엄청난 양의 폐플라스틱이 떠다니거나 묻혀져 있다. 마구 버려진 플라스틱들이 바다에 쌓여 형성된 이른바 '플라스틱 아일랜드'의 넓이는 최대 미국 텍사스주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양오염의 주된 요인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 폐플라스틱을 모으는 이들은 세계적 가전업체인 스웨덴 일렉트로룩스(Electrolux)의 환경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이다. 일렉트로룩스는 지난해부터 태평양 인도양 지중해 발트해 북해 등 5대양을 돌며 폐플라스틱을 수거, 청소기를 제작해 전시하는 '바다에서 온 청소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청소기는 현재 세계 7개국에서 순회 전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렉트로룩스의 이 캠페인이 기업 사회공헌의 가장 모범적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일렉트로룩스는 지금까지 각 국의 해양연구협회 및 환경단체, 자원봉사자들과 연대해 플라스틱이 밀집해 있는 장소를 탐험하고 토양을 채취해 지구 오염도를 수시로 확인해왔다. 올 3월에도 해양연구협회인 파이브자이어(The 5Gyre)와 함께 남아메리카 티엘라델프에고 섬의 비글해협에서 배를 타고 출발해 칠레의 발디비아에 도착할 때까지 약 11일 동안 바다 플라스틱 수거 및 오염도 연구를 진행했다. 일렉트로룩스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관련 비용을 지원하고 이 데이터를 축적해 플라스틱 수거 활동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이 회사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곳은 미국 본토와 하와이 사이의 거대한 쓰레기 섬. 정식 명칭은 북태평양 아열대 환류로 지리적으로 1년 내내 적도의 더운 공기가 고기압을 이루면서 바람을 빨아들이기만 하고 내보내지 않다 보니 쓰레기가 쌓이고 있다. 1997년 최초 발견될 당시만해도 미국 텍사스 주 규모였지만 지난해 두 배로 몸집을 불렸다.
일렉트로룩스는 플라스틱 아일랜드 오염의 심각성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금전적 지원과 함께 자원봉사자 모임인 해양원정대도 모집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볼디비아 비글해협의 오염도 조사에 참여했던 미국인 브릿 리젯은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이 대부분 파란색과 흰색인데 다른 색의 플라스틱은 해양 생물들이 먹이인줄 알고 삼켜버리기 때문"이라면서 "사람들이 쉽게 버리는 플라스틱이 소중한 생명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이 캠패인에 참여한 자원 봉사자는 60개국 5만2,000여명에 달한다. 지난 6월에는 우리나라 시화호에서도 버려진 각종 플라스틱청소를 진행한 바 있다.
일렉트로룩스 관계자는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으로서 버려지는 환경 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캠페인을 시작했지만 향후에는 폐플라스틱으로 제작한 청소기가 전시용뿐만 아니라 제품으로 판매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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