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한 국가 총영사인 A씨는 외교부 산하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시절이던 2008년 현지 정책 연구를 위해 5,000만원의 체류비를 세금으로 지원받으며 미국 모 대학에 6개월간 머물렀다. 그러나 A씨는 '해외 연구 기간이 끝난 뒤 6개월 내 연구결과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을 무시한 채 빈손으로 돌아와 아무런 결과물도 제출하지 않았다.
그런 A씨에게 외교안보연구원은 징계는커녕 300만원의 우수논문 보상금을 지급했고, 외교부는 한술 더 떠 지난해 3월 현재 국가의 총영사로 영전시켰다.
'세금으로 해외 연구를 한 뒤엔 연구 기간의 3배를 소속 기관에 의무 복무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경비를 전액 반납해야 한다'는 법 규정을 외교부가 스스로 위반한 것이다.
정부가 외교 역량 강화를 위해 연간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들을 해외 대학과 연구 기관에 파견하고 있지만, 연구 성과 관리는 이처럼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이 1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정부 출범 이후 해외 정책 연구를 다녀온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7명 중 5명이 연구 결과서 등 성과물을 제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징계나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항공료와 생활비 등 현지 체류 비용 일체는 물론 국내 교수의 급여 100% 및 명절 휴가비, 교통비 등 국내 수당 전액도 동시에 편법으로 지급됐다.
일부 교수들은 마지못해 연구 성과물을 제출했지만 대부분 수준 이하였다. 외교안보연구원 현직 교수 B씨가 낸 연구결과서는 자신의 과거 논문 6개를 짜깁기한 것이었다.
'북한 급변사태와 중국'을 연구하겠다면서 관련성이 적은 오스트리아의 대학을 연구 기관으로 택했던 C씨의 연구결과서도 언론 기사와 이미 발표된 논문 등을 인용한 수준이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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