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2시 서울 송파구 신천동 노상. 잠실운동장에서 탄 승객 안모(28)씨와 택시기사 유모(47)씨가 차를 세운 채 서로 주먹다짐을 하고 있었다. 행선지인 경기 구리시 교문동까지 가는 택시요금이 문제였다. "시계(市界)를 넘어가는 것이니 할증 요금을 주든가 절충하자"는 유씨의 요구에, 안씨는 "미터 요금만 내겠다"고 맞서다 결국 폭행까지 이어진 것이다.
서울시는 올해 7월 서울 번호판을 단 택시가 성남ㆍ고양ㆍ부천시 등 경기지역 11개 도시로 갈 때 요금의 20%를 더 받는 '시계외 할증요금제' 부활을 예고했다. 시계외 할증요금제는 2009년 폐지됐지만 이후 일부 택시기사들이 서울 외곽 경기도행 승객의 승차를 거부하거나, 웃돈을 요구하는 부작용이 많아지자 서울시가 재도입하기로 한 제도다.
하지만 시행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일선에서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심야시간 대에 서울에서 퇴근하는 경기 주민들의 택시잡기 전쟁이 여전하고, 택시기사와 승객 간 요금 시비도 비일비재하다. 12일에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택시기사 김모(73)씨가 경기 고양시 백석동으로 가자는 승객 김모(41)씨를 내리게 하려다 실패하자 차 문을 연 채 10m쯤 주행해 다치게 하는 사고가 났다.
택시기사들은 '미터 요금으로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며 승차를 거부한다. 기사 김모(43)씨는 "기름값이 오른 데다 경기지역에서 서울로 되돌아올 때 승객을 태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승차 거부를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시계외 할증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는 경기택시와의 형평성도 문제다. 같은 거리를 가더라도 택시가 소속된 지역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서 서울 강남구 도곡동으로 출퇴근하는 이모(43)씨는 "경기 택시를 타고 집에서 직장에 출근할 때는 2만8,000원, 서울 택시를 타고 직장에서 집에 오면 2만원 정도의 택시비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양시 일산의 일부 택시는 서울 택시와의 요금 경쟁 때문에 콜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시계외 할증요금을 받지 않는 등 경기택시 사이에서도 요금 차이가 나고 있다.
서울시는 이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 택시물류과 관계자는 "서울시의회 임시회의 의견 청취, 물가대책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승차 거부가 많은 12월 전에 (시계외 할증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계외 할증이 심야 할증과 동시에 적용되면 택시 요금만 크게 오를 뿐 승차 거부는 여전할 것이란 주장도 있다. 서울시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시계외할증을 적용하고, 0시부터 오전 4시까지 심야할증을 중복 적용할 방침이라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서울시의회가 여론 눈치를 보다 제도 도입이 더 미뤄질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서울과 경기의 택시사업구역을 통합해 시계외 할증요금제가 자연히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기개발연구원 송제룡 연구위원은 '택시사업구역 통합 및 시계외 할증요금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서울 강동ㆍ송파구와 하남시, 서울 서초ㆍ관악구와 과천시, 서울 강서구와 김포시 등 인접지역 사업구역을 통합해 요금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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