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孤兒) 계약'. 보험 모집인(설계사)이 고객을 가입만 시켜놓고 보험사를 떠나버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보험 계약을 이르는 업계 속어다. 그런데 국내 보험계약 10건 중 9건이 3년 내에 고아 계약으로 전락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14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10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 기준 보험 설계사 정착률은 평균 40.2%였다. 이는 신규 등록 설계사 중 1년 이상 정상적으로 한 보험사에서 모집 활동에 종사하고 있는 설계사의 비율을 조사한 것이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보험설계사 대다수가 3년 이내에 이직하고 1~3년차 설계사의 연차별 이직률은 비슷해 신규 설계사 정착률을 전체 설계사의 정착률로 간주해도 별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보험가입 고객 10명 중 6명은 1년 내 담당 설계사가 바뀐다는 얘기다.
1년 정착률 40%가 2, 3년째 그대로 이어진다고 가정해 보면, 2년 후 정착률은 16%, 3년 후에는 6.5%로 급감한다. 결국 보험 가입 3년을 넘기면 보험 가입 당시 설계사 10명 중 9명이 바뀌는 셈이다.
우리나라 보험업계 관행이 신규 계약을 따낸 설계사가 계약 만기까지 나눠 받아야 할 수당을 미리 한꺼번에 받아 챙기는 경우가 많아 설계사는 신규계약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결국 고아 계약을 타의로 떠맡게 되는 설계사 입장에선 그 고객을 성심껏 관리할 유인이 전혀 없어 사후관리가 부실해질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보험상품이 10년 이상 계약을 유지해야 고객이 손해를 안 보도록 짜여 있어, 고객이 사후 관리에 불만이 많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계약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역시 보험 가입자에 대한 중간 관리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설계사 교육기간이 지나치게 짧은 것도 문제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신입 설계사가 전문직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으려면 최소 2년의 육성 기간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 대다수 설계사들은 위촉된 지 3개월이면 영업 일선에 나온다"며 "미숙한 설계사들의 중도 이직과 불완전 판매가 결국 부실 관리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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