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미국의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최저생계비 이하로 생활하는 빈민층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미 인구통계국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 전체인구 3억680만명 중 15.1%에 달하는 4,620만명이 빈곤층으로 집계됐다. 1년 사이에 260만명 늘어난 수치다. 이중 어린이는 1,640만명이었다. 빈곤층의 절대규모로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지 52년 만에 최대치이고, 비율로는 1993년(15.1%)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실업률이 9%대의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중산층이 붕괴된 탓이다. 중산층의 가계소득 중간치도 4만9,445달러를 기록, 1997년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로렌스 캣츠 하버드대 교수는 "1990년대 말보다 더 나빠진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며 "그야말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그러나 중산층에게는 또 다른 잃어버린 10년이 기다리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경기침체가 반복되면, 빈곤층에 새로 편입될 인구가 1,0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빈곤층 중에는 유색인종이 특히 많았다. 흑인의 27.4%, 히스패닉의 26.6%가 빈곤선 이하였다. 백인(9.9%), 아시아계(12.1%)에 비해 많게는 3배 가까운 수준이다. 연령층으로는 18세 이하 젊은층 가운데 22.0%가 빈곤층으로 분류돼 이들이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州)별로는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워싱턴DC, 조지아, 뉴멕시코, 애리조나의 순으로 빈곤 인구가 많았으며, 뉴햄프셔는 빈곤층이 6.6%로 가장 낮았다.
미국에서는 빈곤층 기준이 높아 다른 나라 빈곤층과 비교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의 재산은 고려하지 않고 연간 소득만을 기준으로 삼아 4인 가구는 2만2,314달러, 1인 가구는 1만1,139달러 이하인 경우를 가리킨다. 2005년 조사에서 미국의 빈곤층은 유럽인 평균보다 넓은 집에서 자동차와 에어컨은 물론 플레이스테이션, 건조기 등을 소유하고 여가생활도 즐기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보수성향의 헤리티지재단은 "빈곤층 어린이 대부분이 과잉영양에 과대성장까지 해 2차대전 참전군인과 비교했을 때 키는 2.5cm가 더 크고, 몸무게는 4.5kg이 더 나간다"며 고 빈곤층 숫자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건강보험이 없는 사람도 전년보다 90여만명 늘어난 4,990만명을 기록, 20여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업자가 9.6%로 전년 9.3%보다 증가한 것이 큰 이유였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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