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100번째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한국학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려말과 조선초 경제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인 영국인 오웬 밀러(35) 교수는 14일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자신이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후원을 받는 100번째 한국학 교수가 됐다는 데 대한 소감을 이런 식으로 표현했다..
그는 이번 학기에 런던대 동양ㆍ아프리카 대학(SOAS)에서 '19세기 말 한국의 역사와 문화'와 '20세기 한국의 사회문화' 등 2개 강의를 맡아 가르친다. 그는 "고려말부터 조선시대까지 경제 변화의 배경을 소개하는 데 강의의 초점을 맞추겠다"며 "핵심은 동아시아에 사전 지식이 없는 이들에게 한국 역사를 재미있고 접근이 쉽게 인식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런던대 SOAS에서 석ㆍ박사학위를 딴 '토종 SOAS' 멤버이기도 한 그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3년간 한국에 머물며 국제교류재단 편집자로 일하기도 했다. 이후 영국 케임브리지대 로빈슨센터에서 한국 전쟁과 한국 역사와 관련한 영국 자료를 전산화하는 박사후 연구 과정을 밟았다.
밀러 교수는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다. "예전의 태권도가 그러했듯 지금 한국 대중음악(K팝)과 한류 드라마가 한국학에 대한 관심을 촉발했고, 이런 관심이 한국 정치와 역사, 문학으로 확산하길 기대하고 있어요."
그는 또 한국학 지평을 넓히는 방안에 대해 "최근 이집트의 민주화 운동과 한국의 1987년 민주화 운동에서 유사점을 찾는 연구자는 나뿐만이 아니며, 한국의 경제성장에서 좋든 나쁘든 배울 게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 관계에서 한국이 베트남전 참전을 계기로 경제성장을 이룬 점 등 한국 고유의 특징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과의 인연을 두고 "영국에서 주류인 유럽 중심 사관에 권태를 느끼고 새로운 관점을 찾다 보니 SOAS에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고, 삼국시대 역사 강의가 인상 깊었던 덕분에 결국 한국 역사를 전공했으며 직업까지 얻게 됐다"고 소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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