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킥'이 돌아왔다. 배꼽 잡게 웃기다가도 한편 짠하고, 슬픈 듯 진지하다가 엉뚱한 반전으로 이어지는 김병욱 PD표 시트콤 하이킥 시즌3가 19일(오후 7시45분)부터 안방을 찾아간다. 김 PD가 들고나온 카드는 패자들의 역습. 제목도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다. 하이킥3는 떵떵거리던 사업가(안내상)가 하루아침에 망해 처남(윤계상) 집에 얹혀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88만원 세대' 등 청춘들의 희망가를 담았다.
연기자들 면면도 눈길을 끈다. 안내상은 전편의 정준하, 정보석에 버금가는 코믹 캐릭터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착한 역할만 해 지루했다"는 윤유선이 감정기복이 심한 그의 아내로 나온다. 진지함 뒤에 허를 찌르는 반전을 숨긴 공중보건의 윤계상, 단아한 허당녀인 국어교사 박하선, '미친개'로 불리는 체육교사 서지석 등의 변신도 관심을 모은다.
지난 8일 제작발표회에서 김 PD는 "드라마사에 획을 그을 작품은 아니니 부담없이 즐겨달라"고 당부했지만, 시즌2 이후 1년 6개월을 기다린 팬들의 궁금증과 기대가 크다.
"시트콤이면서 다큐다"
하이킥3에서도 배우들은 거의 본명을 쓴다. 윤유선의 동생으로 나오는 윤계상은 실명 그대로, 서지석은 성만 바꿔 윤지석으로 나온다. 김 PD는 "누구든 자기 이름을 더럽히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실명을 쓰면 연기자들이 더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안내상도 "실명으로 쓰니 책임감을 더 느낀다"면서 "시트콤은 그저 웃기고 오버하면 되는데 뭐가 어렵나라고 생각했는데 진정성이 없으면 개그가 되더라"고 말했다.
김병욱표 시트콤은 배우 자체가 가진 것에서 캐릭터를 끌어낸다. 대강의 스토리 라인만 가지고 함께하고 싶은 배우를 먼저 캐스팅하고, 인물의 특징을 뽑아내 대본을 만든다. 김 PD 가 "같은 남자지만 사랑스럽고 모니터만 보고 있어도 싱그러워서 기분이 좋다"는 윤계상은 '최고의 사랑' 촬영 전 일찌감치 캐스팅했다. 백선우 작가는 "윤계상은 웃는 얼굴로 할말 다 하는 캐릭터인데, 실제 별명이 '해맑은 계매너'다. 해맑은 얼굴로 서너살 어린 작가들한테 누나인줄 알았다고 말해 좌절시키거나, '저 양말 젖었어요' 하면서 밥상 위로 냄새나는 양말을 들이미는 식이다"고 전했다.
하이킥1의 서민정처럼 착하면서도 맹한 박하선의 역할이나, 장조림 하나에도 흥분하는 식탐 많은 고시생 고영욱의 캐릭터도 실제 이미지에서 많은 부분을 가져왔다.
"이번엔 땅굴" 스케일 커져
하이킥은 시트콤 특성상 사건이나 감정표현이 조금 과장되지만, 기본적으로 진지한 드라마를 바탕으로 한다. 사회 문제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인생은 희극이면서 비극이라는 양면성에 주목한다는 김 PD는 "구질구질한 인간군상이 담겨있어서 마냥 편하게들 보지는 못하는 것 같다"면서도 "사회상을 계속 담겠다"고 밝혔다. 이영철 작가는 "반값등록금 문제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문제들을 넣고 싶었다"고 했다.
드라마에 중점을 뒀던 1편, 멜로에 방점이 있던 2편과 달리 3편은 더 유쾌하고 코믹한 버전으로 소동 중심으로 간다. 이순재로 대변되는 어르신 세대와 '빵꾸똥꾸'를 유행시킨 아이들 캐릭터를 뺀 것도 차별점이다. 그러나 일상적인 에피소드들을 절묘하게 포착한 유머는 여전하다. 봉(1편)을 타고 1,2층을 오르내리고, 개구멍(2편)을 벽에 만든 것처럼 3편에도 이런 장치가 있다. '땅굴'이다. 주인공들이 사는 두 집을 이어주는 땅굴은 처음에는 빚쟁이들을 피하는 공간이지만, 사랑이 실현되는 공간으로, 안식처로 변형 확장된다.
제작비도, 기대도 늘어 부담이 크다는 김 PD는 "가훈이 '폐를 끼치지 말자'인데 큰일"이라며 "패자들의 성공스토리가 사람들에게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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