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루마니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기지를 루마니아 영토에 설치하는 협정에 서명했다고 AFP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주도의 유럽 MD 시스템 구축을 자국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해 온 러시아가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도에 따르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테오도르 바콘스키 루마니아 외무장관은 이날 워싱턴 미 국무부 청사에서 2015년까지 루마니아 남부의 옛 공군기지 데베셀루에 미군 200명을 포함한 SM3 탄도미사일 부대를 배치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60여년 전 옛 소련의 도움을 받아 건설된 뒤 2002년 문을 닫은 데베셀루 기지는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남쪽으로 약 200㎞ 떨어진 곳에 있어 불가리아 국경과 가깝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트라이안 바세스쿠 루마니아 대통령과 예정에 없던 회담을 열고 양국의 MD 시스템 협정을 거듭 확인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양국의 친밀한 동맹 관계를 언급한 뒤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원래 이란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폴란드나 체코에 미사일방어 기지를 배치할 계획이었지만, 자국을 겨냥한다는 러시아의 반발에 부닥쳐 2009년 9월 계획을 폐기했었다.
하지만 이번 협정에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는 미국이 유럽에 구축하려는 MD 시스템에 대해 러시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유럽 MD 시스템이 러시아를 겨냥하지 않는다는 것을 법적으로 보장해 달라고 미국에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올해 3월 모스크바를 방문한 로버트 게이츠 당시 미 국방장관은 법적으로 보장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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