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한 신문에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실렸다. 8월 이명박 대통령이 몽골을 방문할 당시 북한의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몽골을 방문해 남북간 비밀접촉이 이루어졌다는 보도가 그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남북간에 모종의 비밀접촉과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이는 6월 북한이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을 폭로하면서 현 정권에서는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이는 정상회담이 다시금 수면위로 올라올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변화 기미 뚜렷한 대북 정책
때마침 그 동안 북한, 그리고 야당은 물론 여당의 일각에서도 비판을 받던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물러나고 류우익 전 주중대사가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되었다. 물론 현 장관이 청와대 통일정책특보로 옮겨가면서 기존의 대북정책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통일정책을 최일선에서 지휘하는 통일 장관의 교체는 정책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류 후보자의'통일정책의 유연성'을 고민하겠다는 발언은 앞으로의 변화를 예상케하는 대목이라 할 것이다.
통일정책이 변화되어야 하는 상황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읽혀진다. 먼저 미국과 북한의 대화국면이다. 지난 김계관-보즈워스 회동 이후 아직 구체적인 대화의 일정은 마련되고 있지 않지만, 미국의 긴급구호가 이루어지고 있고, 유해발굴 회담이 논의되는 등 대화로 가기 위한 사전 교감은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지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의 남북 회동이 미국의 강력한 요구가 뒷받침된 결과라고 한다면,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와 북미 접촉은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둘째로 북-중, 북-러 회담이 이루어지면서 북-중-러 간의 협력이 구체화되고 있고, 6자회담에 대한 중국, 러시아의 압력이 커지고 있다. 이 역시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 셋째로 임기 말로 향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서 이대로 남북관계를 방치할 수 없다는 사정이다. 레임덕을 막기 위해서도 남북관계에서의 모종의 변화는 뿌리칠 수 없는 매혹일 것이다. 특히 정상회담은 역대 정권들에서도 볼 수 있듯이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여기에 9일 북한 정권 창립 6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최영림 내각 총리는 '북남관계 발전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나갈 것'임을 공개적으로 주장하였다. 전체적인 맥락은 통일에 대한 북한의 공식적인 입장 천명정도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북한 역시 현재의 남북관계가 지속되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남과 북의 정치적 결단만 내려진다면, 남북관계는 과거에도 그랬듯이 국면 전환을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의 일련의 상황들은 단지 남북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필요조건일 뿐이다. 아직 충분조건은 갖추어지지 않았다. 남북이 그간 서로에게 내뱉은 말들과 대화를 위한 전제 조건 등에 대한 타협점을 어떻게 찾아낼지, 그리고 국내의 보수세력들의 반발을 어떻게 막아낼 지도 고민거리이다.
강경파 목소리 낮추도록 유도해야
사실, 현 시점에서 남북관계를 복원, 발전시키기 위한 가장 큰 장애물은 남북 양측의 강경파들의 입김이라 할 수 있다. 남북관계를 복원, 발전시키기 위한 가장 큰 난제가 천안함·연평도 사건이라 한다면, 이를 둘러싼 남북 양측의 강경파의 목소리는 사건 해결 (혹은 최소한의 우회로)을 위한 가장 큰 장애물이라 할 것이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위기에서 기회로 바꾸는 데에 가장 큰 결정 요소라 할 것이다. 과연 현 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지혜와 복안을 가지고 있을까? 보일 듯 말 듯 한 퍼즐의 한 조각을 들고 아직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과연 이명박 정부는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아직은 지켜볼 수 밖에.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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