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을 한 내 일평생을 수없이 후회합니다. 정말 후회막급입니다."
13일 오전 서울 광진경찰서 1층 유치장 면회실. 1970~80년대 '대도(大盜)'로 이름을 날렸던 조세형(73)씨가 푸른색 한복을 입고 면회실로 걸어 나왔다. 경찰에 조씨 면회를 신청한 직후였다. 조씨는 낯선 기자와의 대면에 일순간 당황해 했지만 표정은 이내 어두워졌다. "이혼한 전 부인이 경찰서에 와서 넣어준 한복이에요. 감옥에서 이거라도 입고 있으라고 한 거겠죠."
조씨는 추석 연휴 직전인 9일 0시5분 안양교도소에서 1년4개월의 형기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마자 경찰에 체포됐다. 그가 자유를 맛 본 시간은 교도소 밖 10m 거리를 걸은 게 전부였다. 그리고 이날 오후까지 추석 연휴 내내 경찰소 유치장에 수감돼 있는 상태다. 이번에 수감된 조씨의 죄는 2009년 4월 민모(47)씨 등 공범 2명과 경기 부천시에서 강도 행각을 벌인 혐의다.
모두들 가족을 찾아 고향길에 나서는 한가위지만, 조씨는 정반대의 처지가 됐다. 그와 2009년 이혼한 전 부인 이모(56)씨와 하나뿐인 아들 조모(12)군이 11일 경찰서를 찾았다. 30분도 안 되는 면회. 그게 그들의 명절 행사였다. 조씨는 "(추석인데) 처자식들이 손가락질을 당할 생각을 하니 한없이 마음이 아프다"며 "지금도 유치장에서 누가 절도로 붙잡혀 온 사람이 있으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당장 손을 떼라고 신신당부한다"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조씨는 반평생이 넘는 43년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한 때 부유층과 사회 유력인사 집만 골라서 털어 '대도'란 별명도 얻었으나 1982년 체포돼 15년 수감된 뒤 98년 출소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절도 행위로 교도소를 들락거렸고, 지난해 5월에는 장물 알선 혐의로 다시 수감됐다. 조씨의 희망대로였다면 서울 면목동 전 부인 집에서 추석을 보냈겠지만 과거는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가 출소 후 해외로 도피할 것이란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에 교도소 문을 나서자마자 체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씨는 "오해로 인한 모함"이라며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는 "2009년 사건 발생 당시 나는 강원 속초시에 있는 A무역이라는 회사에서 러시아산 뱀장어 수입 일을 하고 있었다. 도둑질 하러 다닐 시간도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또 "(나를 공범이라고 진술한) 민씨는 내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이간질한 걸로 오해했다"며 "내 평생 (도둑질은 했어도) 강도는 안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른쪽 팔을 어깨 위로 올리는 것도 힘들다"며 불편한 팔 상태를 보여줘 결백을 강조하기도 했다.
조씨는 앞으로 사나흘 정도 검찰의 보강 수사를 받은 후 구치소로 넘겨질 예정이다. 출소하면 자신의 얘기를 영화화하는 작업을 준비하려 했다는 조씨는 "(처자식에게) 너무나 부끄럽다"며 "어떻게든 결백을 증명하고 그 뒤에 찾아가 무릎 끓고 못난 아비라며 용서를 빌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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