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간에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특허전쟁의 향방이 '시계제로'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같은 사안에 대해 법원마다 엇갈린 판결이 나오면서, 이젠 승자를 점치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분석이다.
13일 관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뒤셀도르프 법원이 삼성전자 태블릿PC인 갤럭시탭10.1의 독일 내 판매금지 가처분결정을 확정한 뒤, 법원마다 상반된 판결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뒤셀도르프 법원은 지난 9일 가처분 판결에서 애플측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갤럭시10.1의 모습이 애플의 디자인처럼 보인다는 뚜렷한 인상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같은 유럽국가인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지난달 24일 애플측이 제기한 총 10건의 특허침해 주장 가운데 9건에 대해 비침해 또는 특허무효라고 판결했다. 특히 애플이 주장한 삼성전자의 디자인 특허 및 복제권 침해 혐의는 단 한 건도 인정하지 않았다. 본래 '태블릿'이라는 이름 자체가 둥글넓적한 알약을 의미하는 것인 만큼, 애플의 태블릿 디자인을 독창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독일 내에서도 뒤셀도르프 법원의 판결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독일 뉴스 전문방송인 NTV와 유력신문사인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통 등은 일제히 갤럭시탭 10.1의 독일 판매를 금지한 뒤셀도르프 법원의 결정에 대해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
NYT는 판결 이후 "애플, 갤럭시 탭 막는 데 성공하다. 하지만 의문시 되는 판결'이라는 뉴스를 집중 보도했다. 이 방송은 법원이 애플의 주장을 순진하게 받아들였다고 꼬집었다. 또 "애플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우는 추잡한 리더로 보인다" "차라리 애플이 태블릿PC를 먼저 개발했다고 홍보했다면 동정표라도 받았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FAZ는 "애플이 삼성과 HTC를 법정으로 몬다면 이것은 타이어 업체 던롭이 브리지스톤을 제소하는 것과 같다"며 "그들 또한 둥근 모양의 타이어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가처분 신청 시점에 대해서도 "애플이 지난 6월 갤럭시탭의 독일 판매 사실을 알고 있었던 만큼 긴박성을 이유로 한 가처분 신청 자체에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은 특허침해 소송에서 지나치게 특허권자를 보호하는 경향이 있어, 그렇지 않아도 IT산업의 혁신을 가로 막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터. 때문에 이번 판결의 후폭풍이 향후 본안 소송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판결과 관계없이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은 프랑스, 일본까지 계속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삼성전자는 프랑스에서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3건의 모바일 특허권을 침해해 지난 7월 프랑스 파리지방법원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이폰 3G와 3GS, 아이폰 4을 비롯해 1~2세대 아이패드가 이 기술을 무단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송의 첫 심리는 12월에 열릴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애플이 삼성전자 현지 법인들을 상대로 특허 침해 혐의로 1억엔(약13억8,800만원)의 손해 배상 소송 제기 및 판매 금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애플이 특허공방을 벌이는 나라는 모두 11개국 법정으로 늘어났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