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로 접어들면서 공기업 인사의 낙하산ㆍ보은 잔치가 절정에 달하고 있다. 정부 스스로 특정인사 임명을 위해 인사 기준을 무력화시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고, 정권 주변인사들도 '마지막 티켓'을 차지하기 위해 물밑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13일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6월부터 현재까지 기관장 또는 감사 자리가 바뀐 공기업ㆍ공공기관 40여 곳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20여 곳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한나라당 전 의원과 당직자, 대선캠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한나라당 당직자, 청와대 출신 및 대구경북(TK)ㆍ영남대 인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앞서 한국일보가 올 들어 5월말까지 새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의 성향을 분석(6월17일자 기사 참조)한 결과 41곳 중 21곳이 정치권 또는 전직관료출신들로 밝혀졌는데, 이후에도 이 같은 인사 행태는 전혀 바뀌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연임 결정자 중에도 보은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내달 CEO 임기가 만료되는 3개 발전회사 가운데 남부발전만 교체하고, 동서발전과 남동발전은 현 사장을 연임시키기로 결정하면서 "경영성과와 노사관계 안정화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지난해 경영평가 1위였던 남부발전은 기관장이 바뀐 반면뀌 평가순위 3위에 노사갈등까지 극심했던 동서발전은 유임되면서 납득하기 힘든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금융공기업에서도 보은 논란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금융공기업에 대해 민간출신 우대방침을 밝혔지만, 기술보증기금 조폐공사 등에는 일제히 모피아(옛 재정부 관료) 출신 인사들이 한자리씩 차지했다. 특히 이중에는 10여년만에 현직에 컴백하는 인사들도 있어, 정권 실세와 학연 또는 친분관계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뒷말까지 나오고 있다.
새로 임명된 공공기관 감사 3명은 모두 청와대 및 한나라당 출신이다.
최근 사장 공모절차를 밟은 한국전력과 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에너지관리공단 등은 '특정인사 내정설'이 나돌면서 응모자가 3년 전에 비해 최대 10분의 1 가까이 줄었다. 한 소식통은 "자리에 관심이 있던 인사들 중에서도 '굳이 들러리 설 필요가 있겠느냐'면서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대한적십자사, 한국생산성본부,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 대형 공공기관이나 전문 연구기관 등의 기관장 교체가 예정돼 있는데, 정부의 현 인사스타일이라면 낙하산ㆍ보은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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