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예술축제인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에서 난타 공연을 하는 게 목표입니다."
13일 충남 논산시 연산면 화악리의 사회복지시설인 계룡학사. 부모가 없거나, 여러 사정으로 오갈 데 없는 아동과 청소년들의 기숙사 역할을 하고 있는 이 곳에 저녁 7시가 되면 어김 없이 우렁찬 북소리가 울려 퍼진다. 기숙사 옆 체육관에 모인 10여명의 학생들이 큰 북을 화려한 손놀림으로 두드리면서, 일사 분란하게 위치를 바꿔가며 흥을 돋우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계룡학사의 난타부'디키즈 아우라'다. 팀명은 '용(Dragon)의 아이들(Kids)'과 '최고의 리듬예술을 표현한다(Attain Ultimate Rhythem Arts)'를 합한 것.
2007년 7월 결성된 이 팀은 충청 지역에선 이미 '연예인'이다. 4년 동안 총 100회가 넘는 공연을 했다. 2008년엔 한 공중파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유명세도 탔다. 리더인 전현정(16) 양은 "공연을 많이 하다 보니 알아보는 사람이 많고 친구들도 부러워한다. 방송에 나간 뒤 형편이 어려워 어린 자식을 버린 뒤 행방을 몰랐던 부모님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1948년 설립된 계룡학사는 95명의 아동과 청소년이 생활하고 있다. 선친의 유지를 이어 받아 30년 가까이 계룡학사를 운영하고 있는 유창학(56) 원장은 "난타는 율동이 단순해 아이들이 배우기 쉽고, 단체로 연습을 하니 인성 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때마침 현대자동차 그룹이 지원을 해줘 공연팀을 결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복지시설의 문화예술 동아리를 지원하는 '아트드림 프로젝트'에 계룡학사 난타부를 포함시킨 것. 현대차그룹은 해마다 난타부에 기금을 후원하고, 직접 방문해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난타 공연은 아이들의 삶을 바꿔놓았다. 처음엔 대부분 호기심으로 시작했다. 강하나(16) 양은 "10분 공연에 3,000번 정도 북을 두드리는데 처음엔 정말 힘들었다. 북채 뒷부분으로 때리는 기술을 익힐 때는 그만두고 싶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예 난타 공연 쪽으로 진로를 정한 팀원이 있을 정도. 전현정 양은 "난타부 활동이 계기가 돼 음악이나 공연에 관심이 많아졌다. 관련 분야로 대학 진학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연습에 열중했다. 다음달 공연부터 새로 창작한 안무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전 양은 "낮에는 추석 음식을 만들고, 저녁에는 함께 모여 같이 연습하며 송편도 먹었다"고 전했다. 아직은 이룬 것보다 이룰 것이 더 많다. 맏언니 임지혜(17)양은 "얼마 전에 팀원들과 에든버러 페스티벌 무대에 꼭 같이 서자고 약속을 했다. 영화 '써니` 주인공들처럼 나이가 들어 각자의 삶을 살더라도 정기적으로 모여 난타 공연을 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논산=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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