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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부는 최대 고용주다

입력
2011.09.1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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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졸업하는 젊은이에게 일자리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일자리는 사람구실을 하고 사람대접을 받게 하는 기본 조건이다. 취업이 돼야 자식 노릇도 하고 가정도 꾸릴 수 있다. 또 국가적으로도 고용이 늘어야 소비지출과 경제가 살아나고, 세수를 늘리면서 복지 지출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고용 창출을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청년 실업이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언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아무래도 IMF 구제금융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 발단인 것 같다. 정부와 기업 모두 위기감에 휩싸였다. 경영 효율화를 위해 먼저 인건비부터 줄여나갔다.

정부가 앞장서 공무원 정원을 감축하고, 정부출연기관과 투자기관의 정원도 무리할 정도로 억제했다. 기업들도 고용을 줄이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비정규직으로 메웠다. 대학도 교수보다 시간강사를 늘렸다. 평생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decent job)'는 계속 줄어들었다.

일자리에 관해서는 노조도 다르지 않았다. 조합원들의 고용 안정과 근로조건 개선이 우선이지, 일자리 창출은 관심 밖이었다. 이제 위기를 넘기고 경제가 회복되었다고 하는데도 고용 시장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 '고용 없는 성장' 시대라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생각이 없지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정밀한 국제 비교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공무원 수는 외국 평균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즉 정규 공무원과 정부출연기관 및 사회보험기관을 모두 포함한 실질적인 공무원 수는 인구 1,000명당 우리가 28.0명으로, OECD 27개국 평균인 71.7명은 물론 비OECD 24개국 평균인 67.3명보다도 크게 작다. 정부에서 일할 때 필자는 그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수백억 규모 사업을 불과 서너 명이 관리할 수밖에 없어 독려를 하면서도 마음 졸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공무원이 부족하면 정책과 행정의 질이 떨어지고 더 큰 비효율이 초래될 수 있다.

중앙부처들은 내년도에 교원, 경찰 등 모두 3만여명의 증원을 요구했지만 주무부처는 고작 1,000여명만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공직도 일자리고, 정부는 가장 큰 고용주다. '큰 정부'를 가진 다른 나라들은 공무원을 늘릴 수 없지만 '너무 작은 정부'를 갖고 있는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늘릴 수 있다. 교원을 늘리면 학급당 학생수가 줄어들고, 경찰이 늘어나면 밤거리가 더 안전해진다. 일선 복지공무원을 늘려야 피부에 닿는 복지행정도 가능하다.

무작정, 무한대로 늘리자는 것이 아니다. 꼭 필요한 분야, 꼭 필요한 만큼은 증원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행정의 질과 서비스도 높아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시원 쪽방에서 새우잠 자며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붙들고 사는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희망찬 앞날을 열어줄 수 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 종사자 중 3분의 1이 비정규직이다. 정부가 예산은 주고 정원은 주지 않기 때문이다. 석ㆍ박사 학위를 가진 전문인력들을 불안한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해야 할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또 민간 고용이 늘어나기만 기다리지 말고 그것을 촉진하기 위한 과감한 정책을 개발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일자리 창출은 포퓰리즘이 아니다. 일자리를 늘리는 일은 국민에게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넓혀주는 길이고 또 경제도 살리는 길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좋은 일자리가 많은 나라가 행복한 나라고 그런 나라를 만드는 정부가 좋은 정부 아니겠는가.

서남수 홍익대 초빙교수·전 교육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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