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풍경이 달라졌다.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추석 관련 정보를 챙기는 건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특히 올해 한가위는 취업난과 고물가, 주식폭락 등으로 고개 숙인 젊은이와 중산층이 귀성을 포기하는가 하면, 한 켠에서 사상 최대의 인파가 해외여행에 나서는 등 극과 극의 대비도 보였다.
"차례상은 어떻게 차릴지, 시댁 어른들은 어떻게 불러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었어요." 올해 3월 결혼해 시댁에서 첫 추석을 보낸 정아름(28)씨는 이런 고민들을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했다. 정씨는 차례상을 차리는 방법에서 차례 절차, 각 지방의 차례상 특징 등이 그림으로 설명돼 있는 스마트폰 앱 '차례상 차리기'의 도움을 받아 무난하게 차례상을 차렸다. 그는 "헷갈리기 쉬운 음식 배열 순서도 앱에 나온 조율이시(棗栗梨柹) 홍동백서(紅東白西) 등의 그림을 보며 그대로 따라 올리기만 하면 됐다"고 귀띔했다.
시댁 어른들에 대한 호칭은 앱 '패밀리 맵'에서 배웠다. 시댁의 가족 구성원을 가계도로 그리면 자신이 불러야 하는 호칭이 나타난다. 덕분에 낯선 시댁 어른을 만나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다.
도로 어느 구간이 정체되고,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의 음식이 맛있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다양한 앱도 귀성ㆍ귀경길 부담을 덜어줬다. 회사원 김재욱(36)씨는 "추석 전날인 11일 오전 교통정보 앱을 이용해 인천에서 고향인 충북 음성군까지 4시간 만에 도착했다. 명절이면 5시간30분 정도 걸리던 길인데 앱으로 막히는 길은 피해가니 훨씬 가깝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앱 외에도 운전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 등을 이용해 자신이 있는 도로의 차량 소통 상황을 공유, 정체된 도로를 피할 수 있도록 도왔다.
추석 연휴가 4일로 비교적 짧았는데도 해외 여행객이 역대 최다인 것도 색다른 모습이었다. 인천공항공사는 10~14일까지 5일간 인천공항 이용객이 51만5,000여명으로, 사상 처음 5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미리 성묘를 끝내고 연휴는 해외에서 보내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최모(28)씨는 "9일 할머니 댁에 가서 미리 추석인사를 드리고 10일 일본 도쿄로 출국해 2박3일 간 여행을 하고 왔다"며 "명절을 자기 계발이나 휴식기간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고 말했다.
반대로 증시 폭락, 불경기, 취업 실패 등 어려운 처지 때문에 고향 가기를 포기한 이들도 많았다. 전남 고흥군이 고향인 박모(26)씨는 "친척 어른들이 자꾸 시험에 대해 묻는 게 부담스러워 그냥 서울에 남아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 공부를 하기로 했다"며 13일 서울 노량진의 학원으로 향했다.
주가가 반토막이 나는 바람에 고향 광주에 가는 것을 포기했다는 최모(35)씨는 "부모님께는 회사 당직 근무라 내려가지 못한다고 핑계를 댔지만 사실 주가가 떨어져 대출 문제가 발생하는 등 고민이 많아 고향 가는 게 꺼려졌다"고 털어 놓았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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