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국가부도 사태를 맞을 확률이 98%까지 치솟으며 유럽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3위 경제권인 이탈리아는 시장의 신뢰를 잃어가고 프랑스 3대 대형은행마저 서양문명 양대 발상지를 휩쓸고 있는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채권의 부도 위험을 분산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시장의 최근 동향을 근거로 "그리스가 향후 5년 안에 디폴트 상태로 갈 확률이 98%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날 현재 그리스 국채 5년물의 CDS 프리미엄은 4,437bp(1bp=0.01%)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는데, 이는 정부가 채권을 발행하면서 보험료 성격의 가산금리를 44.37% 포인트나 더 얹어줘야 한다는 뜻이다. 이미 국채로서 기능을 상실한 것.
게다가 그리스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치인 -3.8%에 못 미치는 -5% 수준으로 전망돼 그리스 정부가 세수 감소로 긴축계획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포르투갈과 이탈리아의 CDS 프리미엄도 각각 1,213bp, 503bp로 급등했고 프랑스도 189bp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138bp다.
잇달아 흘러나온 '그리스 포기설'도 시장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특히 유로존의 전주(錢主) 역할을 떠맡은 독일 고위 관료들은 금기시되어 온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필립 뢰슬러 부총리(경제장관 겸임)는 일간지 디벨트 기고에서 "유로화를 바로 세우기 위해 어떤 것도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지 말아야 한다"며 그리스에 대한 '질서 있는 디폴트'를 언급했다. 슈피겔은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그리스를 유로존에 남게 하거나 이전 통화(드라크마)로 복귀시키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의 디폴트가 기정 사실로 굳어지면서, 불똥은 그리스 채권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대형은행 쪽으로 튀고 있다. 12일 증시에서 프랑스 최대은행 BNP 파리바의 주가는 12.3% 폭락했고 2, 3위인 소시에테 제네랄과 크레디 아그리콜의 주가도 각각 10.7%, 10.6% 빠졌다. 프랑스 현지 언론은 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조만간 이들 3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 정부가 이탈리아의 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일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중국이 유럽 위기의 구세주 역할을 떠맡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12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줄리오 트레몬티 이탈리아 재무장관이 최근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의 루 지웨이 회장을 만나 국채 매각 관련 협상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CIC가 보유한 총자산은 4,000억 달러에 이른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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