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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작년 이맘때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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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작년 이맘때 나는 죽었다

입력
2011.09.1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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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나는 죽었다,

내 운구가 농장 옆을 지날 때

옥수숫대 소리를 들었다.

술이 달려 있었다.

리처드가 제분소로 갈 때면

얼마나 노랗게 보였던가 생각하니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 무엇이 내 뜻을 막았다.

빨간 사과들이

그루터기 사이사이에 박혀 있고

들판을 빙 둘러 마차들이 기우뚱 서서

호박을 싣고 있겠거니 생각했다.

누가 나를 가장 그리워하지 않을까 궁금했다.

추수 감사절이 되어

아버지가 똑같이 담으시려고

접시 수를 늘린다면―

크리스마스 흥이 깨질 텐데.

내 양말이 너무 높이 걸려 있어

산타클로스의 손이

내 높이까지 닿지 않으니

이런 식의 생각이 나를 슬프게 했다.

해서, 달리 생각해 본다.

다음 어느 완전한 시절, 그 때에는

그들이 반드시 나를 찾아올 것이라고.

시인들의 영원한 레퍼토리는 사랑, 혁명, 죽음. 그러나 그 중에서도 단연코 죽음이 최고죠. 어수선하지만 혁명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간 시인이 여럿일 테고요. 드물기는 하지만 사랑이 멀리 비켜간 생도 있어요. 그런 경우엔 신에 대한 사랑을 노래했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시인들, 아니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유일한 공통의 사건은 죽음이죠. 그것은 모든 이들의 삶과 가까워요. 릴케는 죽음은 우리의 삶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죽음에 대한 여러 시인들의 시를 읽어보았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다정한 시는 정말 처음이에요. 우리 곁을 떠나간 이가 우리를 그리워합니다. 자신의 몸이 사라지고 감각이 없어지기 전에 좋아했던 옥수수의 노란 빛, 가을 과일의 달콤한 향기를 그리워하면서. 지금 곁에 없는 나를 그리워하지 않은 사람도 있을까 궁금해 하면서. 차례 상에 모셨던, 한 번도 뵌 적 없는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자라는 것 중 무엇을 가장 좋아하셨을까요? 할머니는 내가 사다드린 박하사탕을 무척 좋아하셨는데.

에밀리 디킨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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