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발표한 일자리 법안의 재원을 부자 증세를 통해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부자 증세는 공화당이 극렬히 반대해 온 경기 부양책이라는 점에서 재정적자 감축 협상에 이은 또 한 차례의 정치적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소방관, 건설노동자, 교사 등 주요 노동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연설을 통해 "부유한 미국인들이 세금을 좀 더 부담해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며 "의회는 어떠한 정치적 거래 없이 법안을 즉각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일자리 법안 재원의 89.5%를 연간 소득 20만달러가 넘는 개인이나 25만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가구에 세금을 더 부과해 충당할 방침이다. 이럴 경우 총 4,470억달러 규모의 재원 중 4,000억달러의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 또 석유ㆍ가스업계의 보조금을 폐지하고, 기업항공기에 대한 추가 과세를 통해 각각 400억, 30억달러를 확보할 계획이다. 펀드매니저들의 일반 수입에 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이런 내용의 일자리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잭 류 백악관 예산국장은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의회 슈퍼위원회가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해도 되고 별도의 대안을 제시해도 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논란의 소지가 큰 부자 증세 카드를 꺼내든 것은 근로자 세금 감면과 인프라 투자 만으로는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0년 간 두 차례의 대규모 부자 감세 정책을 시행한 결과 자본소득의 50%를 상위 0.1%가 차지한 반면, 하위 80%에는 겨우 3%가 배분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특정계층을 겨냥한 세금 인상안에는 여전히 반대하고 있어 의회 통과를 낙관하기 힘들다. 존 베이너(공화당) 하원의장의 대변인 브렌던 덕은 "대통령의 제안은 증세를 하지 않기로 했던 양당의 합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릭 캔터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도 "고통 분담 차원에서 대통령의 헌법적 제안에 귀 기울이겠지만 세금을 늘려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이라면 공화당은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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