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주미대사가 11일(현지시간) 9ㆍ11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깜짝 공연'을 했다.
9ㆍ11 10주년을 맞아 미국 워싱턴DC 한인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이날 저녁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유족의 아픔을 달래고 평화를 기원하는 평화 콘서트를 열었다.
오케스트라는 1부에서 미국인의 애창곡 '아름다운 미국(America the Beautiful)'과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을 연주하며 장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1부 순서가 끝나갈 무렵 사회자가 "한국 대사의 특별한 연주가 있겠다"며 한 대사를 무대로 이끌면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무대에 오른 그는 1970∼80년대 활동한 남성 듀엣 유심초의 '사랑이여'를 클래식 기타 선율에 맞춰 불렀다. 예정에 없던 주미대사의 깜짝 공연에 관객들은 우렁찬 박수로 화답했다. 한 대사는 인사말을 통해 "9ㆍ11 테러 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분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이 노래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콘서트가 끝난 뒤 "원래 주최 측이 연설을 요청했는데, 공연의 취지가 너무 좋아 직접 기타를 치고 노래하기로 했다"며 "이번 연주를 위해 며칠 동안 열심히 연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한국과 미국은 전세계에서 전개되는 평화유지 노력에 어깨를 함께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굳건한 공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연장소인 케네디센터는 9ㆍ11 당일은 임대를 해주지 않을 방침이었지만 평화 콘서트의 취지를 전해 듣고 공연을 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지역 3개 공항을 총괄하는 메트로폴리탄공항청의 존 포터 청장이 1만달러를 후원하는 등 미국인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