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 보면 삶과 사회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고, 삶의 자세를 배울 수 있습니다. 영화를 통해 인생을 배운 거죠."
현직 검사가 자신의 '영화 사랑'을 한 권의 책으로 냈다. 서울고검 소속으로 인천시 파견 근무 중인 고석홍(47ㆍ사법연수원 19기) 검사가 주인공이다. 책 제목은 <영화 속 형법 이야기> 로, 2008년부터 2년 반 동안 법률신문에 매달 연재했던 영화 칼럼을 묶은 것이다. 영화>
고 검사는 13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영화는 연기와 각본, 촬영, 편집, 음악 등이 한데 어우러진 예술의 집대성"이라고 말했다. "영화사(史)에 등장하는 걸작 영화들을 보면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느끼게 되고, 자연스럽게 '아, 나도 대충 살아선 안 되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고 했다.
영화와의 인연은 꽤 오래됐다. 고 검사는 "1993년 미국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유학 시절 영화는 물론 영화 이론 서적을 그야말로 '밥 먹듯이' 봤다"고 했다. 취미 생활을 넘어서 아예 영화를 공부하듯이 파고든 것이다. '영화로 본 명예훼손죄', '영화로 본 강간죄' 등 책의 목차 구성에서도 검사의 시각을 접목시켜 영화 비평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려 한 흔적이 보인다.
2001년 서울중앙지검 근무 당시 전두환 정권 시절의 대표적인 간첩 조작 사건인 '수지 김 사건'의 주임검사를 맡았던 고 검사는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하는 수사도 어렵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영화라는 예술은 어쩌면 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감독들이 어떤 비전을 갖고 영화를 만들었는지, 영화를 만드는 동안 어떤 한계에 부닥치고, 어떻게 한계를 극복했는지가 영화에는 다 녹아 있어요. 제가 훌륭한 영화를 끊임없이 볼 수밖에 없는 이유죠."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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