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 테러에 대한 보복이자 미국이 전세계에 걸쳐 벌이는 대테러전의 서막이라고 할 아프가니스탄 공격 직후 전세계 언론의 관심은 탈레반 정권의 운명에 쏠려 있었다. 한국 언론도 예외가 아니어서 숱한 기자들이 인접국 파키스탄에서 미국의 공격 추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당시 한국일보 국제부 기자였던 이 책의 저자는 카불 함락 직후 한국 기자로는 최초로 아프간에 진입해 현장을 취재했다. <아프간 블루스> 는 당시의 특종 취재 경험과 최근 이슬람 세계의 변화 등을 정리한 회고록이다. 아프간>
"미스터 홍, 지금 빨리 페샤와르에 가 있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카불 함락 직후 파키스탄 국경 도시를 출발해 아프간에 진입하는 아프간 군벌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던 것은 저자가 발군의 친화력으로 사귀어 둔 현지 정보원의 도움이 컸다. 책에 담긴 아프간 취재 경험들은 기자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가슴 설레게 할 만큼 모험과 도전정신으로 넘친다. 서구 기자들이 스스로 '게이트키퍼'가 되는 모습을 언급한 대목에서는 과연 올바른 전쟁 저널리즘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최근 이슬람 세계의 민주화 혁명을 이해하기 위해 이집트를 직접 취재해서 보고 느낀 이야기도 담았다.
저자는 '미국은 아프간을 무너뜨리면서 동시에 아프간이라는 수렁에 빠져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전세계를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소용돌이에 몰아 넣은 지난 10년이 어떤 시간이었는지 곰곰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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