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을 1년3개월 앞두고 한나라당의 전통적 텃밭인 TK(대구ㆍ경북)와 PK(부산ㆍ울산ㆍ경남) 표심 사이에 상당한 차이점이 나타나고 있다. '안철수 바람'을 전후해 PK 출신 범야권 인사들의 급부상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PK 민심이 예사롭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이들이 TK에 기반을 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대립각을 형성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영남권 표심의 분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7일 코리아리서치의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PK 지역에서 29.8%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5월 조사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빠진 수치다. 특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양자 가상 대결에선 안 원장(42.5%)이 박 전 대표(37.7%)를 앞서는 결과도 나왔다. 4일 디오피니언 여론조사에서도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은 37.6%로 서울의 한나라당 후보 지지율(37.9%)보다도 낮았다. 18대 총선에서 부산 18개 지역구 중 17곳에서 여권 성향(한나라당, 친박 성향 무소속 등) 후보를 당선시키고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 56.2%를 지지를 보냈던 것과 비교할 때 엄청난 변화다. 반면 TK 지역에서는 대선 가상 대결에서도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안풍(安風) 등장 이후에도 6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PK 민심의 변화 조짐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부산저축은행 사태 등의 악재가 연이어 터질 때부터 감지됐다. 여기에 안 원장,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두관 경남지사, 박원순 변호사, 조국 서울대 교수 등 최근 PK출신 야권 유력 인사들이 떠오르면서 민심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일각에선 PK와 TK의 정치적 성향이 본래부터 다르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1997, 2002년 대선에서 PK 지역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밀어주면서도 TK와는 온도차를 보였다. 이인제 후보와 이 지역 출신인 노무현 후보는 PK에서 30% 가량의 표를 가져갔다.
때문에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영남권이 97년 대선처럼 분열되는 쪽으로 흘러갈 경우 한나라당은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PK 지역의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이 반드시 야권 지지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표심이 이탈하지는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런 가운데 10월 26일 실시되는 부산 동구청장과 경남 함양군수 재선거 결과가 PK 민심의 풍향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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