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을 표결 처리할 예정이었던 국회 본회의가 무산됨에 따라 상당 기간 헌법재판소의 재판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추석 이후 여야가 다시 합의를 시도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여야 의견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어 전망은 불투명하다.
9일 조 재판관의 선출안 처리가 무산됐다는 소식에 헌재 안팎에선 정치권에 대한 불만과 향후 헌재 운영에 대한 걱정이 쏟아졌다. 지난 7월 조대현 재판관이 퇴임한 이후 재판관 한 자리가 공석이 된 지 50여일이다.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헌법소원 등을 결정하는 9명의 재판관 중 한 자리의 공석은 재판에 상당히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재판관의 심리는 7명 이상이면 가능하다. 한명이 공석인 상황에서도 심리 진행은 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위헌 의결 정족수가 6명 이상으로 규정돼 있는 상황에서 재판관 1명은 중대 사안의 위헌과 합헌 결정을 좌우하는 매우 막중한 무게를 지닌다. 헌재의 한 연구관은 "중요 사건의 심리 중 위헌 의견이 5명이고, 합헌이 3명으로 갈리는 경우 난감해진다"고 지적했다. 8명의 결정에서는 합헌이지만 공석인 한 명의 재판관이 만약 위헌 의견이라고 가정한다면 판단 자체가 위헌으로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헌재가 간통죄 처벌 법률에 관한 위헌 판단 등 민감하거나 재판관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서는 결정을 뒤로 미룰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되는 판단에 있어서 헌재가 이런 이유로 뒤로 미룬다면 그만큼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국회의 빠른 결정과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헌재 관계자는 "정치권의 결정 사안이라 헌재가 직접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재판관의) 장기간 공백 사태는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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