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둔 영국군들이 무고한 민간인을 구금한 뒤 무자비한 폭력을 저질러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BBC 방송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2003년 이라크 민간인 바하 무사(당시 26세)의 사망 사건에 대해 2009년 7월부터 공식 조사에 착수한 후 이날 1,366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결론 지었다.
이라크 남부도시 바스라의 한 호텔에서 일하던 무사는 2003년 9월 14일 다른 이라크인 9명과 함께 이곳을 급습한 영국군에 의해 붙잡혔다. 영국군 기지에 감금된 그는 이틀 뒤 갈비뼈가 부러지고 코가 내려앉는 등 93곳에 심한 상처를 입은 채 숨졌다.
무사는 구금된 상태에서 24~36시간 동안 머리에 두건을 씌운 채 보냈고 죽기 수분 전까지 구타를 당했다. 음식과 물도 제공받지 못했다. 당시 22세던 무사의 아내도 그의 구금 직전 암으로 숨져 두 아들은 고아가 됐다.
보고서는 영국군들이 체포한 민간인들을 집단 폭행하고 몸에 무리를 가는 자세를 강요하는 등의 고문을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또 영국군 사이에 불법심문행위가 광범위하게 자행됐고 부대원들 사이에 이를 상부에 알릴 도덕적 용기도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영국군에 모두 73개에 이르는 권고사항을 전달했다.
앞서 군 당국은 사건에 연루된 병사 7명을 기소했으나 한명에게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무사와 함께 구금됐던 9명은 소송을 통해 모두 283만파운드(51억원)를 보상받았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