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영장실짐심사가 진행된 9일 시교육청은 뒤숭숭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곽 교육감이 구속될 경우 부교육감 대행체제가 되고, 불구속 기소될 경우에도 보수성향 교원단체, 학부모 등의 반발로 사실상 교육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곽 교육감은 이날 오전 9시20분께 예정에 없던 실ㆍ국장, 과장 회의를 소집해 ‘영장이 발부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흔들리지 말고 맡은 업무를 잘 해달라. 1년간 함께 근무했으니 내 성품을 잘 알지 않나. 믿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장이 발부되더라도 부교육감을 중심으로 행정 공백이 없게 추진하던 업무를 계속 잘 진행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곽 교육감이 회의 참석 5분여 만에 자리를 떠난 뒤, 국정감사 대비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회의는 임승빈 부교육감이 주재했다.
시교육청의 한 자문위원은 “평소 곽 교육감은 교육청 내 22개 자문위가 낸 의견, 정책 보좌진들의 아이디어 등을 반영해 직접 여러 혁신 정책들을 지휘해왔다”며 “사업 실무야 보좌진, 실국장들이 추진해나간다고 해도 리더십의 공백이 적지 않을 것이라 많은 이들이 심란해 한다”고 귀띔했다.
시교육청이 올해 핵심 업무계획으로 삼은 정책은 ▦서울형 혁신학교 확대 ▦학생인권 존중 및 교권 확립 ▦교육비리 근절 ▦무상급식 등 모두 4가지다. 혁신학교의 경우 이미 지난달 6개 혁신학교와 42개 예비혁신학교를 지정한 상태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을 넘기고 실행단계에 와있기 때문에 당장 2학기에는 차질이 생길 가능성은 많지 않다.
학생인권조례의 경우 9월말 입법예고, 법제심의, 10월말 시의회 제출 절차를 거쳐 11월 시의회 정기회에서 최종안이 확정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 보수성향 교원, 학부모 단체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하지만 학생생활지도정책자문위원회 한상희 위원장(건국대 교수) 등 곽 교육감보다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온 인사들이 많아 교육감 리더십의 부재가 별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중론이다.
문제는 무상급식이다. 현재 서울시는 서울시의회의 친환경무상급식조례안에 대한 무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또 시교육청은 지난달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되면서 서울시로부터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받을 명분을 획득해놓고도, 현재는 예산 지원에 대한 협의를 시작할 시장도, 교육감도 없는 상황이다. 10월 26일 보궐선거에서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시장이 당선될 경우, 예산지원 협의는 더욱 험난해질 전망이다.
곽 교육감의 ‘코드인사’가 오히려 교육정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일선학교 교사는 “교육감이 마음에 맞는 교육계 인사들과만 각종 혁신정책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학교 교장, 교육청 관료들은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왔다”며 “‘곽 교육감의 사람들’을 위주로 정책 기획업무가 유지되더라도 교장과 일부 관료들이 지시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교사들 사이에 많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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