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은 총 2조2,500억원의 막대한 재원을 쓰고도 끝내 불신과 불만을 씻지 못했다. 그나마 예산 1조5,000억원을 배정하는데도 정부는 진땀을 흘렸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초 빠듯한 재정여건을 들며 1조3,000억원 안을 당정회의에 들고 나왔으나, "장관 마음대로 하느냐"는 당쪽의 반발을 듣고서야 2,000억원을 더 내놓았다. 하지만 학생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무책임한 포퓰리즘이 기대치를 터무니없이 올려놓은 탓이다.
사실 이번 방안은 '반값 등록금'요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나라당이 지난 6월 발표한 등록금 대책의 원안을 지키려고 애를 썼다. 당시 대책에선 내년도 등록금 인하에 예산 1조5,000억원에 대학 부담금 5,000억원을 합쳐 2조원을 투입키로 했었다. 총액으로는 이번 방안이 더 커진 셈이다. 다만 당시엔 예산 투입분 대부분을 '명목등록금' 일괄인하에 쓰기로 했으나, 이번엔 소득 수준별 배분원칙을 적용해 일괄인하 폭을 줄이되 소득 하위 학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쪽으로 수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안이 알량해 보이는 건 정치인들의 포퓰리즘 자충수 탓이다. 등록금 부담 완화책에 '반값 등록금' 간판을 내건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과대포장이 원죄다. 야당은 더 했다. 당초 신중했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시위 현장에서 학생들의 항의를 받고 "당장 내년부터 반값등록금을 전면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의원은 아예 등록금 폐지론까지 꺼내며 한껏 기대를 부풀렸다.
이런 식이라면 어떤 복지정책도 국민의 기대치를 따라갈 수 없게 된다. 벌써부터 그런 조짐이 뚜렷하다. 이번 방안 외에 기초노령연금 확대, 비정규직 종합대책 등 당정이 연일 쏟아내고 있는 '친서민정책 시리즈'는 하나같이 1조원 이상의 추가예산이 투입되는 큰 '추석 선물'인데도 국민의 반응은 무덤덤할 뿐이다. 앞으로 더욱 가열될 여야의 표퓰리즘 경쟁은 감당 못할 정책 불만의 악순환을 낳을 뿐이라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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