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대신 닭인가. 대한바둑협회는 9일 바둑이 2013년 인천에서 열리는 '실내 무도 아시안게임'에 정식 종목으로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 대회는 그동안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하계나 동계 아시안게임과는 별도로 개최해 왔던 '실내 스포츠 대회'와 '무술 종목 대회'를 통합한 것으로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가 2014년 하계 아시안게임 개최에 앞서 축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이벤트 대회 성격으로 유치한 것이다.
2013년 6월 29일~7월 6일까지 열리는 인천 '실내 · 무도 아시안게임'에는 당구, 볼링, 댄스스포츠, 풋살, 카바디, 킥복싱과 무에타이, 크라쉬, 단거리 수영, 체스 바둑과 e스포츠 등 9개 종목이 채택됐으며 아시아지역 45개국에서 선수와 임원, 미디어 관계자 등 2,400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5년 태국 방콕에서 처음 개최된 실내아시안게임은 2007년에 마카오, 2009년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는데 중국이 세 번 모두 종합 우승을 차지했고 한국은 2005년에 9위, 2007년 4위, 2009년에 6위를 했다.
그러나 실내아시안게임이 비록 아시아올림픽평의회가 주최하는 대회이긴 하지만 참가종목들이 대부분 하계나 동계 아시안게임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지 못한 군소종목들이어서 대중적인 인기가 낮고 대회규모도 하계 아시안게임과 비교가 되지 않는데다 우승자에 대한 병역특례나 연급 지급 등 실질적인 혜택이 없어 그동안 국내 체육계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바둑이 실내아시안게임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건 이번이 처음인데 이에 대해 국내 바둑계서는 긍정과 부정적인 반응이 교차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바둑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금메달 세 개를 싹쓸이하는 큰 성과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지 못한 상황에서 그나마 실내아시안게임에라도 들어가게 돼 다행이라는 의견과 반대로 이번 실내아시안게임 참가가 자칫하면 대외적으로 국내 바둑계가 아시안게임에 정식종목으로 들어가려는 노력을 완전히 포기한 것으로 비쳐져 앞으로 정식종목 채택이 더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특히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선수단 구성에서부터 훈련 등 제반사항에 대해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했던 국내 바둑계 양대 단체인 대한바둑협회와 한국기원이 이번 대회에 대해서는 상당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아마추어바둑을 총괄하는 대한바둑협회는 이번 실내아시안게임 참가가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라며 기뻐하는 분위기인데 반해 프로단체인 한국기원은 '대회의 격이 떨어지고 우승자에 대한 실질적인 혜택이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그래서 인천 실내아시안게임에 국내 정상급 프로기사들을 출전시키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대회는 대한바둑협회소속 아마추어 선수들을 중심으로 선수단을 구성하게 돼 자칫하면 B급 대회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오는 12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1회 스포츠어코드 세계마인드게임즈 대회(단체전 우승 상금 8만달러)에 이세돌 최철한 박정환 이영구 김혜민 등 정상급 남녀프로선수들이 출전키로 돼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36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