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8일 '안철수 돌풍'에 대해 "우리 정치권에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마트 시대가 왔다. 그런데 정치는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다" "특히 정치권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라는 말도 했다.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방송 좌담회 '추석맞이 특별기획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한 평가다.
이날 좌담회를 지켜본 국민들 중에서 이 대통령의 진단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 대통령이 "부정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발전적으로 변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한 대목에서는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그러나 뭔가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았다. 그것은 이 대통령이 안철수 현상의 원인 제공자를 정치권으로, 반성과 변화의 대상도 정치권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정치의 최정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이다. 안철수 현상을 통해 나타난 변화 욕구에는 대립과 갈등만 일삼고 타협과 대안 제시에는 무능한 정치권에 대한 환멸이 담겨있는 것은 맞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서민들의 삶, 취직이 안 되는 젊은 세대의 울분, 퇴직 이후가 불안한 베이비붐 세대들의 걱정이 겹쳐져 있다. 아울러 집권 초 '강부자 고소영 내각'으로 시작된 인사 논란이 임기 후반으로 가서도 권력기관의 수뇌부에 학연과 지연에 얽매인 측근들로 채우는 폐쇄성으로 이어지고 있는 점도 소통과 탕평에 대한 갈망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대통령도 이런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닐 것이다. 이날 좌담회에서 추가 감세 철회의 배경, 공생발전의 취지와 방향을 설명하면서 빈부격차, 서민들의 고통,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거듭 밝혔다. 그러나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최고의 정치행위자로서 이 대통령이 민심의 변화 욕구를 자신으로 수렴하는 언급이 없었다는 점은 무척 아쉽다. "안철수 현상을 보면서 행여 내가 부족한 점은 없는지, 더 노력할 점은 없는지를 돌아보게 됐다"는 말을 했다면, 지지자이건 반대자이건 추석을 맞는 마음이 한결 포근해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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