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구속 여부를 결정할 영장실질심사가 9일 진행됐다. 심사 결과에 따라 곽 교육감과 검찰의 득실(得失)이 갈리고, 재판 전 누가 승기를 잡을지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이날 양측은 소환 조사 때보다 더욱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곽 교육감은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시작 15분 전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지난 5,6일 이틀간 검찰에 소환돼 밤늦게까지 조사를 받았던 곽 교육감은 굳은 표정이었고, 얼굴에 다소 피로함이 묻어났다. 기소 후 재판에 앞서 열리는 '예비 재판'이라는 영장실질심사 특성상 신변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지 다소 긴장된 모습도 엿보였다.
하지만, 곽 교육감은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시교육청을 출발하기 앞서 그는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이미 밝혔다. 나는 두려울 게 없다. 진실이 나를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종전과 다름없이 결백을 강하게 주장했다. 다만 영장 발부 여부에 대한 질문엔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변호인 4명과 함께 법원에 입장한 곽 교육감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곧장 법정으로 올라갔다.
이 과정에 구속을 촉구하는 보수단체 회원이 진입하려다 법정 경위와 몸싸움을 벌였고, 곽 교육감 지지자는 법원 밖에서 "곽 교육감은 무죄"라며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법원은 이 사건의 정치적 민감성을 감안해 법정 앞에 경위 5명을 추가로 배치, 철저한 비공개 심리를 진행토록 했다. 또 불미스러운 사태를 방지하고자 이례적으로 검색대를 추가로 설치했다.
이날 영장심사는 다른 어느 때보다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이 뜨거웠다. 박재승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최병모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법무법인 정평 박연철 대표 변호사 등 4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곽 교육감 측 변호인단은 "2억원을 건넨 것은 사실이지만,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의 후보 사퇴와는 무관한 돈"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반면 이 사건 주임검사를 포함해 3명의 검사는 "곽 교육감이 주도적으로 개입, 금품을 대가로 박 교수를 사퇴시켰다"며 혐의사실은 이미 충분히 입증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기소는 불가피하지만, 영장 청구는 지나치다'는 일부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정공법을 택한 만큼 구속의 필요성을 강하게 역설했다. 영장이 기각되면 수사의 동력이 상실될 뿐 아니라, 향후 재판의 주도권을 곽 교육감에게 넘긴 채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곽 교육감이 가지는 진보진영에서의 위치, 그의 교육정책을 둘러싼 보수-진보간 갈등을 감안할 때 영장 기각은 검찰 수사의 정치적 의도성에 대한 논란을 증폭시킬 수 있다. 검찰로선 배수진을 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곽 교육감도 마찬가지다. 구속될 경우 일관된 결백 주장의 신뢰성은 떨어지게 되고, 부교육감이 교육감직을 대행하게 되면서 정치권의 사퇴압력을 막을 명분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법원의 결정 여하에 따라 검찰과 곽 교육감 중 한 쪽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상황인 것이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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