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고액기부자의 노후를 국가가 보장하는 일명 '김장훈법'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거액의 기부를 한 개인 중 생활이 어려워진 경우 국가가 노후를 보장하는 내용인데, 분열되어 있는 우리 사회에서 아마도 이 부분에 대해선 우리 국민들도 이견이 없을 듯싶다.
그만큼 김장훈이라는 한 청년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크고도 강렬하다.'나보다 남, 나보다 우리'라는 흔한 말이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은 가치를 몸소 실현하면서 우리사회에 진정한 의미의 기부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부자'를 꿈꾸지 '졸부'를 꿈꾸지 않는다. 부자와 졸부의 차이를 결정짓는 것은 자신의 지위에 걸맞은 사회지위 및 의식수준의 여부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사회기여나 의식수준이 그에 따르지 못한다면 '졸부'라는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전쟁 후 폐허를 딛고 가난한 나라에서 불과 60여 년만에 부자나라가 됐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만 봐도 세계 15위권으로 성장했으며 지난 해 외교력을 바탕으로 G20을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그 위상, 국격이 실로 높아졌다. 우리나라의 이토록 눈부신 경제성장은 비단 우리 노력뿐만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원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도의적인 책임과 의무가 있는 셈이다.
오는 10월 경남 창원에서는 제10차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당사국 총회가 개최된다. 이 협약은 날로 심각해져 가고 있는 사막화 및 토지황폐화 문제를 세계 194개 당사국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해결해보자는 국제협약이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 유엔생물다양성협약(UNCBD)과 함께 유엔의 3대 환경협약이지만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저개발국가, 가난한 나라들에서 벌이지는 현상이다 보니 원조와 관련돼 있어 국제사회에서 소외 받는 등 일부 졸부국가들이 외면해왔다.
많은 저개발국가들은 현재 '사막화'라는 심각한 병을 앓고 있다. 사막화 피해가 특히 심각한 아프리카, 몽골 등 에서는 사막화로 인해 자신의 거주지를 버리고 떠도는 '사막난민'이 생겨나는 등 사막화가 식량문제와 빈곤문제로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유엔사막화방지협약의 의장국이 된 우리나라는 해야 할 일이 많다. 그 동안 국제사회에서 소외 받아왔던 협약의 위상도 강화해야 하고 부자 국가들에게서도 많은 원조도 이끌어 내야 한다.
다행히 최근 사막화문제가 단순히 토지황폐화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문제와 생물다양성문제를 가속화시킨다는 국제 사회 인식이 높아지면서 유엔 3대환경협약간 공조가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협약의 의장국인 우리나라는 이번 총회에서 그 동안 몽골 등 산림관련 원조사업 등의 성과를 공유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실질적인 동참을 호소할 예정이다. 또한 총회 개최를 계기로 토지황폐화 연구센터를 국내에 설립해 과학적 데이터를 국제사회에 제공할 계획이며, 우리나라 ODA의 중점 협력국을 대상으로 산림 녹화 협력사업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원조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그야말로 이번 제10차 유엔사막화방지협약 당사국 총회를 통해 '졸부'가 아닌 '부자'의 역할을 다하는데 집중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60여 년 만에 원조를 받던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변신한 유일한 나라로 많은 저개발국가들의 롤모델이자 희망이다. 사막화방지협약의 성공적인 개최는 그래서 더 중요하고 국제사회에서 '김장훈법안'과 같은 새로운 질서 체계를 우리나라가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더 중요한 것이다.
이돈구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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