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담 '콩쥐팥쥐'가 1950년대 버전으로 다시 쓰였다. 전쟁통에 엄마 잃은 아이들이 넘쳐났던 이 시대야말로 '콩쥐팥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때 빌려오기 가장 그럴 듯한 시공간. 힘겹고 궁핍했던 시절을 배경으로, 굴곡진 삶을 살아야 했던 콩숙이의 이야기를 꼼꼼한 고증과 자료 수집을 통해 마치 한편의 시대극처럼 그려냈다.
우선 이 책은 눈이 매우 즐겁다. 물감과 붓으로 그린 그림 외에, 색종이, 사진, 옛 잡지와 신문 등을 오려붙인 콜라주, 문양이나 그림을 오려낸 후 잉크와 염료로 채워넣은 스텐실 기법 등을 활용해 여느 그림책과 다른 질감의 그림들을 선보인다. 아이들에게 상당한 시각적 신선함을 선사할 50년대 문물들의 충실한 묘사는 이 같은 색다른 기법들에 힘입은 바 크다.
5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시각적으로는 매우 화사하다. 상황에 따른 극적 대비도 뛰어나다. 신문지 바른 벽과 양은도시락, 미싱, 빨래판 등이 여실하게 드러내는 콩숙이의 곤궁이 나들이용 한복과 꽃신, 잘 생긴 총각 시장님, 벚꽃놀이 등이 보여주는 권선징악의 달콤하고도 화려한 보상과 대비를 이루며 주제의식을 고취한다. 아이와 함께 꼼꼼히 그림 위주로 읽으며 오늘날 버전으로 다시 쓰기 놀이를 해봐도 좋을 듯하다.
초등학교 2학년 교과서에 실린 규중칠우 이야기 <아씨방 일곱 동무> 를 쓴 이영경씨가 쓰고 그렸다. 아씨방>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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