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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이제 '짜장면'을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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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이제 '짜장면'을 먹자

입력
2011.09.0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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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날 이때까지 '짜장면'이라 읽고, 쓰고, 말하고, 먹었다. 그런데 어느 날 짜장면은 틀린 말이고 '자장면'이 표준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맥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같은 음식이지만 자장면이라 하면 맛이 떨어지는 것 같다. 나는 짜장면이란 이름을 좋아한다.

만약 짜장면과 자장면이란 메뉴 중에서 뭘 먹을 것인지 고르라면 고민하지 않고 짜장면을 고를 것이다. 중국집에 가서 "여기 짜장 꼽빼기요!"라고 외칠 때의 즐거움은 자장면이 아니라 짜장면에서 온다. 짜장면이 국민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아왔지만 표준어인 자장면에 밀려 천덕꾸러기 신세였는데 마침내 표준어가 됐다.

표준어의 '살생부'를 쥐고 있는 국립국어원이 최근 39개의 표준어를 새로 정하며 짜장면도 표준어로 등극시켰다. 등물, 맨날, 세간살이, 쌉사름하다, 허접쓰레기 등 39개의 새로운 표준어 중에서 짜장면에 국민들이 유독 환호하는 이유를 국립국어원이 헤아려줬으면 좋겠다. 국민의 입에 익숙한 말이 표준어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네티즌을 그 날을 '짜장면 광복절'로 부르는 모양이다. 짜장면의 등극으로 '아귀'란 귀신 이름에 밀려 표준어 대접을 받지 못하는 마산 명물 '아구'의 표준어 지정에도 희망을 가지게 됐다. 오늘 점심은 중국집에 "짜장면 둘요!"라고 전화주문을 해야겠다. 짜장면의 등재를 축하하며.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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