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석에서 누가 무엇엔가 찔린 것 같아요. 최루탄도 쐈어요. 숨 쉬기가 어려워요. 아마도 납치당한 것 같아요."(아메리칸항공 11편 승무원)
"움직이지 마.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다친다. 조용히 앉아 있으면 다 잘 될 거다." (9ㆍ11테러범 모하메드 아타)
"실제 상황인가 아니면 훈련인가." (미 공군사령부 관계자)
9ㆍ11 테러 당시 납치 여객기 승무원과 관제탑 담당자가 주고받은 교신과 기내상황 등을 담은 녹음파일이 8일(현지시간) 공개됐다.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육성 일부가 나온 적은 있으나 대용량의 파일 전체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존 파머 전 9ㆍ11테러조사위원회 법률고문(룻거스대 법학대학장)이 공개한 파일에는 승무원과 관제탑, 테러범, 군 당국자가 주고받은 대화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녹음을 들어보면 갑작스런 상황에 군, 관제탑 등은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항공관제센터가 "납치된 여객기가 뉴욕으로 가고 있으니 누가 F16 전투기를 출격시켜 도와야 한다"고 알렸으나 공군사령부의 제임스 폭스 소령은 "훈련이 이렇게 실제 상황 같기는 처음"이라고 엉뚱하게 대답했다.
연이은 충돌에 관제탑은 속수무책이었다. "금방 여객기가 건물에 부닥쳤다"고 누군가 소리치자 "맙소사, 빌딩이 반토막 나고 있다"는 공포에 찬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테러범 모하메드 아타의 육성도 들렸다. 그는 아메리칸항공 11편을 탈취, 뉴욕 세계무역센터 북쪽 건물로 돌진 중이었다. "우리에게는 계획이 있다. 조용히 있으면 다 잘 해결된다. 공항으로 돌아가고 있다."
"기내에 폭탄이 설치돼 있습니다. 공항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테니 승객 여러분은 자리에 앉아주십시오"라는 조종사의 안내 방송, 이 방송에 놀란 탑승객들의 비명, 납치범이 조종석에 앉아 있다고 상황을 전하는 승무원의 절박한 교신내용도 파일에 들어있다.
녹음파일을 보도한 외신들은 딕 체니 당시 부통령이 주재한 긴급대책회의의 내용 등을 공개해 미국 정부가 테러에 제대로 대처했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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