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이론'이란 무슨 학문법칙이 아니라 신비주의적 호사가들이 만들어낸 공상의 이론이다. 서로 다른 시대의 인물이 많은 공통점을 가진 사례에서 거꾸로 유추한 것이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존 F. 케네디 두 대통령이 대표사례다. 둘이 꼭 100년 차이로 상원의원과 대통령이 됐고, 재임 중 금요일에 암살됐으며, 암살범들이 모두 재판 전 피격돼 사망했다는 사실 등이 근거다. 게다가 둘의 후임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인물이 모두 존슨(앤드루 존슨, 린든 B. 존슨)이었다는 점은 이론을 더욱 그럴 듯하게 만든다.
■ 당연한 얘기지만 사실 다른 점은 훨씬 더 많다. 링컨과 앤드루 존슨이 일반적인 정ㆍ부통령 관계였던 반면, 대통령 케네디와 부통령 린든 존슨은 껄끄러움을 넘어 거의 적대적 관계였던 점도 그렇다. 동부의 부유한 엘리트 출신인 케네디와 호방한 남부 텍사스 카우보이 이미지의 존슨은 애당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막판까지 그와의 치열한 대통령후보 지명전에서 간신히 승리한 케네디가 남부와 기독교도 표를 의식해 어쩔 수 없이 그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결과였다. 그러므로 재임 당시부터 둘의 불화설은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 러닝메이트 제의 때도 케네디는 맘에도 없이 그냥 해본 소리였는데 존슨이 덥석 받는 바람에 당황했으며, 이후 케네디는 "다음 선거 땐 반드시 갈아치우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했다는 등이다. 불화는 케네디 사후에도 이어져 부인 재클린은 "존슨이 암살의 배후"라며 음모론을 키웠고, 동생 로버트는 존슨 대통령의 면전에 대고 "Son of bitch!"란 폭언을 퍼부어 말썽이 일기도 했다. 그러므로 최근 출간돼 화제가 된 역사학자 아서 슐레진저의 책에서 케네디가 존슨의 후계 가능성을 일축하며 경멸했다는 증언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얘기다.
■ 권력의 1ㆍ2인자가 불화한 사례는 따지고 보면 최근의 우리 정치사에도 많다. 안정적 통치기반 구축과 집권 교두보 마련의 계산이 맞아떨어져 대통령과 여당 대표로 동반했던 노태우ㆍYS의 경우가 대표적일 것이다. 끝내 화합하지 못했던 둘 사이는 얼마 전 1992년 당시 YS에게 대선자금 3,000억원을 전달했다는 노 전 대통령의 회고록으로 또다시 표면화했다. 경우는 다르지만 DJ와 JP,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의 관계도 크게 보면 같은 범주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적과의 동침도 감수하는 것, 그 또한 권력의 속성이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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