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불어닥친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에 민주당과 손학규 대표가 동시에 실종됐다.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가 급부상하고, 박 변호사에게 후보를 양보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떠오르는 동안 민주당과 손 대표의 존재감이 사라진 것이다. 야권의 중심이 사실상 제1야당에서 시민사회로 넘어갔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시장후보 선출을 둘러싸고 그 동안 민주당 지도부는 집안 싸움에만 몰두해 왔다. 일찌감치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천정배 최고위원과 그를 지지하는 정동영 최고위원은 집요하게 손 대표를 공격했다. "제1야당 후보를 내는 데는 공을 들이지 않고 야권통합만 외치면서 장외의 박 변호사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게 불만의 요지다. 이에 손 대표 측이 "당내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맞서면서 거친 말싸움으로 이어졌다.
이런 와중에 경쟁력 있는 당내 후보는 전혀 부상하지 못하고 있다. 천 최고위원과 신계륜 전 의원만이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출마를 고려했던 김한길 전 의원과 전병헌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영선 정책위의장과 3선의 원혜영 의원도 출마를 고려하고 있지만 한명숙 전 총리가 입장을 정하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민주당 실종의 책임론과 관련, 비주류 측 인사들은 손 대표를 공격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8일 "최근 서울시장후보 선출을 둘러싸고 민주당 지도부가 보여준 행태는 말 그대로 '봉숭아 학당'이었다"며 "방향성도 없이 선거에 임한 손 대표의 리더십 부재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손 대표는 최근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5% 안팎으로 밀리면서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급기야 정세균 최고위원 등 중진 의원 12명은 이날 "당 최고위원들의 모습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지도부의 자성을 촉구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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