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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권, '안철수 돌풍'을 잘 새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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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권, '안철수 돌풍'을 잘 새기길

입력
2011.09.0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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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7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지율이 자신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난 여론조사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병 걸리셨어요?"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안철수 돌풍을 묻자, 병 걸렸냐고 답했다'는 기사를 보고, 국민 대부분은 눈과 귀를 의심했을 것이다. 인터넷이나 언론사에는 "어떻게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가 이처럼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느냐"는 비판이 쇄도했다.

전후 사정을 보면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미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에게 "우리 정치가 새로운 출발을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이날 오후 국정감사 준비 차 방문한 인천고용센터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이 안철수 돌풍에 집중됐다. 박 전 대표가 "이곳에서는 고용과 복지 얘기를 하자"고 양해를 구했고 기자들도 동의했는데, 한 기자가 또 다시 그런 질문을 하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평범한 정치인이 아니다. 현재로서는 차기 대통령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다. 그런 박 전 대표가 듣기 거북할 정도의 감정적 대응을 한 것은 평소 국민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온 절제, 인내, 신중함의 덕목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충수가 아닐 수 없다. 박 전 대표도 다음 날 "지나가는 식으로 농담을 했는데, 부적절했던 것 같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사실 안철수 돌풍에 박 전 대표만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은 안철수ㆍ박원순 단일화를 '강남 좌파의 정치쇼'라고 논평했다가 치졸하다는 비난을 자초했고, 민주당은 서울시장 후보를 논의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등 정치권 전체가 공황 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명심해야 할 점은 딱 하나다. 국민의 마음을 읽으라는 것이다. 우리가 열심히 하는데 왜 국민이 알아주지 않느냐고 조급해하거나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우습다.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정당은 정당대로, 대선주자들은 주자들대로 남이 아닌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물어 정치 발전을 위한 성찰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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