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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누가 박근혜를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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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누가 박근혜를 흔드나

입력
2011.09.0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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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6일 태풍'은 지나갔다. 출마의 변조차 제대로 밝히기 전에 단일화로 끝나버린 엿새의 열풍이 생뚱맞다 해도, '박근혜 대세론'을 위협하는 위력에 안철수 신드롬의 실체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사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선 기성 정치권에 자성의 회오리를 불러일으킨 것만으로도 그가 가진 영향력을 최대한 발휘했다고 생각한다. 그를 폄하해서가 아니다. 그가 현실 정치판에 뛰어들었을 때에도 지금과 같은 인기를 고스란히 유지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가 숨은 정치력을 내보여 현실적인 대안 세력으로 떠오른다면 정말 흥분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오히려 관심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이제 서울시장이 아닌 대권 후보로서 안 원장 지지율이 박 전 대표를 앞서고 있으니, 도대체 박근혜 대세론은 무엇이었단 말인가. 여당 내에서든 야권과 맞붙든 넘볼 후보가 전무했던 대세가, 한나라당 표현대로라면 고작 '좌파의 정치쇼'에 흔들릴 정도로 그렇게 허약했던 걸까.

그랬다. 박 전 대표는 진두지휘한 선거마다 이겨서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해냈지만 리더 정치인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않았고 능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야당을 비롯해 적지 않은 국민이 반대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문제, 4대 강 사업, 세종시 건설, 최근의 서울시 무상급식에 이르기까지 박 전 대표는 침묵하며 물러서거나, 뾰족한 대안 없이 제동을 걸었다. 사안이 이명박 정권의 위기를 초래하든 국민적 갈등을 심화시키든 상관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결과적으로 박 전 대표의 이미지는 훼손되지 않았지만, 국가를 이끌 비전과 정치력은 아직도 미검증 상태다. 박근혜 대세론은 허약한 기반 위에 있었던 것이다.

최근 박 전 대표가 외교안보 구상을 밝히고 복지 행보를 하는 것으로 내용을 채웠다고 자신한다면 오산이다. 국가의 리더라면 정책적 비전도 있어야 하지만 그 비전을 실현시키는 추진력이 절실하다. 때로 싸워야 하고, 때로 싸움보다 더 어려운 협상을 해야 한다. 반대하는 이들에게 욕 먹는 일이 다반사일 것이고, 절충안을 끌어내려다 보면 자기가 한 말을 뒤집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정치인들이 당리에 따라(때로는 사적인 이익을 위해) 소신 없이 수시로 말을 뒤집어 안철수 신드롬으로 대변되는 정치적 환멸이 퍼진 것이 사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절대 소신을 굽히지 않아 사안마다 갈등 국면으로 치달은 것도 문제였다. 하지만 이런 오점을 피하기 위해 아예 입을 다물겠다는 박 전 대표의 전략은 그에 못지않은 잘못이다.

안 원장이 정치에 발을 들이는 순간 많은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그는 기성 정치권을 부정함으로써 국민의 마음을 얻었지만 정치권에서 선긋기만으로 자기 세력을 구축할 수는 없다.

안 원장이야 극단적으로 실체 없는 바람이라 해도 그만이지만, 박 전 대표는 그렇지 않다. 그는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 정치인이고 가능성이 높은 차기 대통령 후보다. 그러니 박 전 대표의 실체야말로 회의하고 따져봐야 할 문제다.

김희원 사회부 차장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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