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제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유로존에서 유럽합중국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견해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유럽합중국은 유로화 단일통화 사용 외에 재정까지 통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로존 회원국들은 현재 단일통화를 쓰면서도 세금을 거두고 지출하는 등의 재정정책은 회원국들이 따로따로 하고 있는데 이런 시스템이 지금의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 유럽합중국 주창자들의 생각이다. 따라서 미국 연방정부처럼 재정을 통합, 공동으로 채권을 발행하고 세금을 거둬 집행할 단일 정부를 출범시키면 유로존을 안정적으로 운영,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5일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 미래협의회 회의에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펠리페 곤살레스 전 스페인 총리,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등은 유럽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유럽합중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유럽 주요국이 국가 주권보다 새로운 연방의 미래를 위해 유로본드(유로존 공동채권)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유로존 공동경제위원회 창설을 논의했는데 이는 유럽합중국의 첫 발을 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유럽합중국 전환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유로존 회원국들의 재정 격차가 무엇보다도 큰 걸림돌이다. 프랑스, 독일 등 부자 국가들은 막대한 재정부담을 떠안을 것을 우려해 유로본드 발행을 꺼려한다. 유로본드를 발행하면 공동금리가 적용돼 독일은 조달금리가 2% 포인트 이상 높아지면서 재정지출의 15%까지 부담이 늘어난다. 재정기반이 취약한 나라는 재정을 지원받는 대가로 각종 규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잘 사는 회원국이든, 가난한 회원국이든 유럽합중국에 찬성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영국, 스웨덴 등 유로존 비가입국들은 재정위기에 처한 국가가 안정돼야 유럽 전체의 경제가 좋아진다는 점에서 유로본드 도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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