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주변 노숙인 ‘문디’와 ‘땅쇠’, 중국 동포 ‘선녀’, 사이비 전도사의 낡은 의상, 지하철 1호선 내부를 본떠 만든 긴 좌석 모양의 무대 세트와 뮤지컬의 육필 원고가 담긴 오래된 노트.
만든 지 10년 남짓한 물품들이 이례적으로 유물로 인정돼 박물관 전시회를 통해 소개되고 수장고에 영구 보존된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지하철 1호선 서울역~청량리 구간을 중심으로 1990년대 서울의 모습을 그린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공연 물품 등을 전시하는 특별기획전 ‘박물관으로 간 지하철 1호선’전을 8일부터 10월 5일까지 연다. 오디션을 통한 배우 선발, 라이브 밴드를 도입한 소극장 공연 등 숱한 ‘최초’의 기록을 만들며 15년 간 달렸던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역사적 유물과 같은 가치를 인정 받는 또 하나의 큰 기록을 갖게 됐다.
8일 개막 행사에서는 ‘6시9분 서울역’ 등 뮤지컬 대표곡으로 꾸민 짤막한 공연도 선보였다. 강홍빈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지하철 1호선’은 겸재 정선, 혜원 신윤복 못지않은 강력한 예술적 성취를 이룬 작품일 뿐 아니라 개발 시대에서 새로운 밀레니엄으로 넘어가는 혼란기인 90년대 서울의 중요한 시대적 기록”이라며 “이 특별한 작품이 나고 자란 그 시대상을 배경 삼아 우리 시대의 문화현상을 되씹고자 한다”고 전시 취지를 밝혔다.
전시는 뮤지컬의 배경인 90년대 서울과 지하철 1호선, 대학로를 둘러싼 이야기와 독일 원작 ‘리니에 아인스(Linie 1)’를 번안한 뮤지컬의 공연사적 의의와 평가 등 크게 두 가지 주제로 구성했다. 뮤지컬 제작자 겸 연출가인 김민기 학전 대표가 직접 선택한 무대 장치, 의상, 대본, 포스터 등을 통해 도시사적 의미와 함께 2008년 4,000회로 막을 내린 ‘지하철 1호선’의 흔적을 되짚어 보는 기회도 열린 셈이다. 김 대표가 독일과의 문화교류 공로를 인정 받아 독일정부로부터 받은 훈장인 괴테메달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의 공동기획자이기도 한 김 대표는 “컴컴한 지하 소극장에서 빛도 못 받던 아이들(공연 물품과 자료)이 대명천지 박물관에 모셔지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