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어나 멋진 아빠, 멋진 남편이 되겠습니다."
한적한 시골마을인 강원 평창군 방림면 운교리에 자리한 낡은 집. 이 집의 가장인 김종한(50)씨는 언제나 방 한 켠에 누워서 지낸다. 그는 10년 전 교통사고로 척추 뼈와 오른쪽 다리가 부러진 이후 심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진통제 없이는 걷는 것조차 쉽지 않다.
가장이 쓰러지면서 생활도 말이 아니다. 그의 가족은 월 60만원 남짓한 기초생활수급비와 필리핀에서 시집 온 아내 포바도라지 엘고피오(34)씨가 이웃 농사일을 도와주고 받는 일당으로 세 식구가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집을 손봐야 하지만 보일러 시설은 꿈도 못 꾼다. 그 흔한 외식이나 나들이는 이들에겐 사치일 뿐이다.
김씨는 자신을 대신해 모든 살림을 도맡아 하는 아내와 어린 딸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김씨는 "딸 은혜(9)가 태어났을 때 집 사람이 추운 방에서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입이 돌아갔어요. 그 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런 김씨 가족에게 희망이 생겼다. 내 고장 사랑운동을 통해 모아진 200만원의 정성이 전해지면서 재기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갖게 됐다.
특히 '국민고모'로 불리는 방송인 오영실(46)씨가 다문화가정의 희망전령사로 힘을 보탰다. 오씨는 미술과 음악 등 예능에 소질이 있는 은혜가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멘토가 돼 주기로 약속했다. 또 은혜 내 가족이 겨우내 추위에 떨지 않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김씨는 "멋진 아빠, 남편으로 반드시 재기해 가족들에게 멋진 집을 선물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평창=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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