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 그냥 잘거야…."
7일 오후 6시 광주 광산구 신가병원 7층 혈액투석실. 지친 박종민(17ㆍ고1)군이 투석기와 연결된 '생명선(혈액관)'을 왼쪽 팔에 꽂자마자 침대에 쓰러져 잠들어 버렸다. 박군은 이틀에 한 번씩 4~5시간 걸리는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는 만성신부전증 환자다. 이날도 학교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병원으로 달려왔다. 그래야만 지친 몸에 겨우 생기를 불어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군의 투병생활은 중학교 2학년이던 2009년 7월 시작됐다. 감기 증상이 잘 낫지 않고 구토까지 일으켜 병원을 찾았다가 '신장 기능이 거의 상실돼 이대로 놔두면 며칠 못 산다'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곧바로 복막투석 치료에 들어갔지만 투석과정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복막에 심은 투석용 튜브 관이 감염되면서 복막염이 발생해 극심한 고통이 뒤따르는 수술을 세 차례나 받았다. 올해 3월에 또 복막염을 앓아 석 달 동안 항생제 치료를 받았으나 차도가 없어 결국 혈액투석으로 치료를 바꿨다.
어머니 정순희(47)씨는 "정민이가 지금처럼 합병증 없이 잘 버텨줬으면 좋겠다. 혈액투석은 의료비 혜택을 받지만 다른 건 아무래도 치료비 때문에…"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14년 전 이혼 후 종민군과 막내딸(15)을 홀로 키우는 정씨의 소득은 모자가정 지원금과 종민군에게 지급되는 장애인(2급) 보조금 등 40여만원이 전부. 설상가상 박군이 3월 복막염으로 쓰러진 직후 정씨마저 척추협착증으로 눕는 바람에 점심시간 식당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벌던 수입마저 끊겼다. 그러다 보니 박군은 학원에 다니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
하지만 박군이 공부 욕심이 많아 계속된 투석치료와 잦은 합병증으로 수업을 많이 빼먹지만 성적은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박군은 "제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주위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 때문"이라며 "많은 이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해 사회복지사의 꿈을 이뤄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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